누적 1만7000여명에 달하는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두고 정부와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과 피해자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어떤 결론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피해자 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야권과 피해자 측에서 원하는 이른바 ‘선구제 후회수’는 거듭 반대 입장을 표명해 22대 국회에서도 대립 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전문가 초청 토론회까지 열며 다른 대책 방안에 대한 수정·보완 여지는 남겼지만 ‘선구제 후회수’ 만큼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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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에 맞지 않는 기금 운용 절대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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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서울지역본부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지원 강화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정부는 선구제 후회수를 핵심으로 하는 전세사기피해지원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6일 만에 토론회를 열고 민주당과 협의를 통해 정부안을 보완할 용의가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민주당이 내놓은 방안과 비교하며 정부안의 실효성이 우수하다는 자평까지 더해졌다. 정부는 정부안이 확고 불변한 대책이 아닌 만큼 민주당과의 협의를 거쳐 관련 안에 대한 수정·보완 의지를 내비쳤지만 ‘선구제 후회수’는 여전히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선구제 후회수가 보상가격을 놓고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는 데도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평가금액이 앞으로 매각을 염두에 두는 만큼 피해자가 원하거나 피해를 본 보증금만큼은 책정될 가능성이 작아서다.
정부는 회수 불가한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에 최대 4조원의 주택도시기금이 투입되는 점을 수용 불가 이유로 들었다.
주택도시기금은 무주택 서민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저축한 청약 예금과 주택 구매 시 발행되는 국민주택채권 발행액 등으로 조성되기 때문에 사용 용도에 맞지 않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해 손 댈 수 없다고 거듭 못 박았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주택도시기금은 무주택 서민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저축한 청약통장으로 조성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에게 돌려줘야 할 부채성 자금이자 국민이 잠시 맡긴 돈으로 피해자를 직접 지원하면 손실은 고스란히 다른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며 선구제 후회수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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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선 변제 못 받는 피해자 더 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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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열린 토론회에 앞서 진행된 주제발표에서 정부는 ▲가치평가 ▲주거안정 지원 ▲업무 수행 인력·재원(예산) 등에서 우수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최우석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피해지원기획팀 팀장은 “민주당안이 임대인 체납에 따른 선순위 조세채권, 선순위 근저당과 임차보증금 확인 등 가치평가의 어려움이 있는 반면 정부안인 피해주택(물권) 가치평가가 채권에 비해 용이하다”고 밝혔다.
제3자가 경매에서 낙찰을 받아도 대체 임대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어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하고 기존 인력과 조직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최 팀장은 “기존 민주당안은 예산이 없어 사실상 시행이 불가능했지만 정부안은 인력·재원이 이미 확보돼 있어 법 개정 후 즉시 시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정부안이 피해 지원에도 보다 현실적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이어졌다. 정부 주최로 열린 토론인 만큼 민주당안에 대한 검증 요구가 잇따랐다. 다만 피해 지원이 목적인 만큼 정부·야당이 대립하지 않고 두 개의 안을 절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선구제 후회수가 가장 필요한 이들은 후순위면서 소액 임차인이 아니라 최우선 변제를 못 받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악의 경우 보증금을 한 푼도 못 돌려받거나 지역에 따라 소액 임차인이 받을 수 있는 최우선 변제금 수준이 있는데 이마저도 못 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선구제 후회수 안이 제시된 것”이라고 짚었다.
임 교수는 “이들을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재정 지출이 필요하지만 정부안은 그들에 대한 대안이 없다”며 “정부와 민주당이 대책 방법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지만 피해자 구제를 위한 방향성은 같은 만큼 양립을 통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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