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MBK파트너스가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홈플러스를 두고 일부 투자금 회수를 시도하고 있다.
기업형슈퍼마켓(SSM) 사업부문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부터 떼어내 우선 매각하겠다는 것인데 이번 매각으로 본체인 홈플러스 매각이 오히려 장기전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홈플러스는 4일 입장문을 내고 “다수의 유통 업체들이 익스프레스 사업부문에 관심을 보여 지속성장을 위한 여러 전략적 선택지 중 하나로 매각 가능성과 효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최대주주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사업부문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분할매각’ 카드를 꺼내든 것인데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분할매각을 어느정도 예정된 수순으로 바라본다.
사모펀드는 일반적으로 투자 이후 5년이면 기업가치를 올린 뒤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한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가 2015년 인수한 뒤 9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했다.
MBK파트너스가 시도하는 분할 매각은 사모펀드가 수 조원대 규모가 큰 기업을 매각할 때 주로 활용하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자회사나 사업부문을 분리해 매각가를 낮춰 인수 부담을 줄이고 매수 희망자를 늘려 흥행을 노릴 수 있다. 매각 대금을 먼저 쥐면서 유동성을 개선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MBK파트너스가 ‘3조 몸값’ 롯데카드 매각에 앞서 교통카드 사업 자회사 로카모빌리티를 매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앤컴퍼니도 지난해 3조 원 대 몸값 쌍용C&E의 자회사 쌍용레미콘을 먼저 매각해 현금을 확보했다.
투자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수조 원 단위 기업 매물을 매수할 여력이 있는 매수자는 흔치 않다”며 “거래 규모를 줄여 여러 잠재 매수자들이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홈플러스의 알짜 사업부가 이탈하면서 본체인 홈플러스의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나온다.
주요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본체인 홈플러스의 매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2021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수익성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특히 수도권에 집중된 많은 점포를 바탕으로 즉시배송을 시작하면서 최근 연평균 80% 이상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홈플러스의 ‘알짜 사업’으로 떠올랐다.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의 아픈 손가락으로 평가된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을 인수할 때 7조 원이 넘는 거금을 투입했다. 당시 홈플러스 인수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최대 바이아웃 거래로 꼽히기도 했다.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홈플러스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점포를 매각했다. 2018년부터 주요 점포의 부동산을 매각한 뒤 임차하는 형태로 전환하며 현금을 마련했고 일부 점포는 폐점해 부동산 시세차익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흥행에 실패하면서 철회했지만 2019년에는 전국 홈플러스 매장 51개를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에 담아 공모상장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계속해서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MBK파트너스는 올해 5월 메리츠증권 등 메리츠금융지주 계열사들과 홈플러스 리파이낸싱에 성공했지만 10% 높은 금리로 이자비용부담도 컸던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부채와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진 가운데 실적이 악화하면서 지난해 신용등급이 하락하기도 했다. 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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