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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42년째 이어온 우리나라 문화예술 사랑의 정수가 경기도 용인에 숨 쉬고 있다. 이병철 창업회장이 민족문화 유산을 지켜야 한다던 사명감을 바탕으로 차곡차곡 모아온 수집품들은 지금의 호암미술관이 됐고, 삼성만의 상생과 사회공헌 산실이다.
삼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고지향’ 정신을 담아 트렌드를 반영한 기획전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해를 거듭하면서도 호암미술관에 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준비에만 5년을 쏟아부어 완성한 전시가 최근 공개 두 달 만에 관람객 6만 명을 돌파한 게 그 방증이다.
◇이재용 5차례 관람…”한자리서 보기 힘든 명품 총망라”
4일 찾은 호암미술관은 평일 오전이었음에도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호암미술관 관계자는 “방문객들의 상당수는 대규모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을 관람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27일부터 호암미술관에선 ‘연꽃처럼’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비즈니스 미팅 등을 위해 만난 주요 외빈들과 5번이나 관람하며 한국 전통 문화를 소개하고 국내 문화·예술 발전에 대한 삼성의 노력과 기여를 설명한 전시다. 개막 후 지난달 말까지 6만 명이 넘게 이곳을 찾았으며, 하루 평균 관람객 수가 1000명이 넘는다. 이날 기준 폐막을 10여 일 앞두고 관람객의 발걸음은 더욱 잦아질 것으로 삼성은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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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호암미술관이 지난해 대대적인 개보수를 마친 후 처음 공개하는 고미술 기획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 한국과 일본, 중국 3개국의 불교미술을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본격 조명한 세계 최초의 전시다. 이 중 해외 개인 소장가로부터 대여해 온 ‘백제의 미소’는 국내에서 일반인에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정병모 전 경주대 교수는 “백제 불상의 미소가 그리워 여러 번 전시를 관람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번 기획과 전시에 5년이 넘는 시간을 들였다. 해외에서 중요 작품 한두 점을 대여해 전시하는 경우는 있지만 한국과 일본, 미국, 유럽에 소재한 27개 컬렉션에서 불교미술 걸작품 92점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는 극히 이례적이다. 92건 중 한국에 처음 들어온 작품은 47건이다.
특히 전시에 포함된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 ‘수월관음보살도’ 같은 고서화는 자국 소장처에서도 자주 전시하지 않고, 한번 전시되면 상당 기간 작품 보존을 위해 의무적인 휴지기가 있다. 그만큼 전시되는 기회 자체가 드물다. 기획전을 관람한 국내외 미술전문가들이 “세계 유수의 불교미술 명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어쩌면 우리 생에 한 번밖에 없을 특별한 기획전”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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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평 정원에 삼성 ‘최고지향’ 정신 담았다
호암미술관의 한국식 전통정원 ‘희원’도 관람객들의 방문 이유다. 약 2만 여평 규모의 희원은 한국 전통정원의 멋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전통정원 조형미의 근원이자 자연 풍경의 본모습을 경관의 재료로 활용하는 ‘차경의 원리’를 토대로 조성됐다.
희원은 이건희 선대회장의 뜻을 반영한 장소다. 희원은 호암미술관 개관 당시 100여 점의 조각이 전시된 야외 조각 전시장에 불과했지만, 이 선대회장 주도로 한국 전통정원으로 탈바꿈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의 해’와 1982년 개관한 호암미술관 15주년을 기념하며 1997년 5월 개원됐다.
이날 방문한 6월의 희원은 전반이 초록빛을 띠고 있었지만, 나무 한 그루만 유독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사계절 내내 붉은빛을 보이는 ‘홍단풍’이다. 호암미술관 관계자는 “희원은 계절에 따라 모습이 달라지는데 이 선대회장은 방문객들이 예쁜 광경을 사시사철 끊이지 않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홍단풍 한 그루를 굳이 심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결과 희원은 대지 위에 정자와 물이 어우러지고 석물과 꽃나무가 조화를 이루는 거대한 작품이라고 평가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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