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수 부진 속 세아그룹의 양대 지주사가 미국과 유럽 두 시장서 활로를 찾고 있다. 세아제강지주는 해상풍력 등 신사업에서 성과를 구체화하고 있으며, 세아홀딩스는 시장 재개가 전망되는 북미에서 신규 투자를 이어가며 수입 규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포인트는 현지 투자다. 철강 수입 규제가 날로 심화하는 와중이라, 현지 거점을 세워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해소한다는 의미도 있다.
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세아제강지주가 영국에 세운 해상풍력 자회사 세아윈드는 하반기 해상풍력 모노파일(하부구조물) 공장을 완공해 본격적으로 유럽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세아제강지주는 2018년 해상풍력사업에 진출한 이후 본업인 강관 경쟁력을 알리면서 현지에서 해상풍력발전사업을 여러 건 수주했다. 이미 3년치의 생산물량을 확보했으며, 공장이 지어지는 대로 해당 물량을 본격 생산하게 된다.
이휘령 세아제강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3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철의 날’ 행사에서 “영국 세아윈드 투자 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하반기 세아윈드 공장이 준공되면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강관사업은 하반기 북미 시장에서 활기를 띨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친환경 에너지 개발이 확대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에너지용 강관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향 에너지용 강관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면서 수출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에너지 개발 확대 가능성도 염두에 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아홀딩스 계열사인 세아베스틸지주도 미국 내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있다. 세아베스틸지주는 오는 2026년 미국 내 특수합금 생산법인 ‘세아슈퍼알로이테크놀로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주력 강종인 탄소합금강 및 스테인리스강 대비 고부가가치 제품인 특수합금은 발전사업뿐만 아니라 항공·우주, 석유화학 등 전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어 시장 확대가 용이하다.
세아그룹의 이러한 해외 시장 진출은 내수시장에 닥친 위기를 타개할 기회로 보고 있다. 철강업계 전반은 이미 지난해부터 중국과 일본의 저가 제품 유입, 건설경기 부진 등으로 판매량 감소를 겪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 등 전방산업이 둔화하면서 업계에서는 연내 시장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철강 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예상되는 탓에 세아그룹은 LNG(액화천연가스), 해상풍력 등에서 활용되는 친환경 강재를 개발해 다양한 수익구조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사들의 실적 회복까지는 상당 시간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각 기업마다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더해져야 지금의 위기를 견디고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