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규모 석유·가스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동해 해역 탐사에 나서기로 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이틀째 들썩였다. 한국석유공사는 가장 넓고 자원 매장 가능성이 큰 ‘대왕고래’ 지역부터 시추 탐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른바 대왕고래 테마주(株)로 투자자가 몰렸다.
한국가스공사가 대표적이다. 한국가스공사는 4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거래대금 규모 1위에 올랐다. 한국가스공사의 이날 거래대금은 1조4810억원으로 1999년 상장 이래 최대치였다. 개인이 한국가스공사 주식 61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거래를 주도했다. 한국가스공사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전날 상한가(일일 가격 제한 폭 최상단)를 찍은 데 이어 이날 4만9350원까지 올랐다가, 상승분을 반납하며 3만9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탐사 시추 결과 석유·가스가 나오지 않을 수 있는 점 ▲석유·가스가 발견되더라도 상업성이 없을 수 있는 점 ▲상업 생산까지 10년가량 걸리는 점 등을 들어 섣부른 투자를 경계할 것을 조언했지만, 한국ANKOR유전을 비롯해 동양철관, 한국석유, 흥구석유, 대성에너지 등 대왕고래 테마주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박스권 장세에서 투자할 만한 종목이 제한된 영향이 컸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0.42포인트(0.76%) 내린 2662.1로 장을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현·선물 모두 순매도로 돌아선 가운데 기관까지 3147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만 5204억원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가 하락 종목(645개)이 주가 상승 종목(228개)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KB금융 등이 약세였다. 그나마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내리면서 이차전지·바이오 등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던 성장주들이 기지개를 켰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POSCO홀딩스 등은 전날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시장 상황도 비슷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12포인트(0.13%) 오른 845.84로 장을 마감했지만, 코스닥시장 상장 종목 중 주가가 하락한 종목(1068개)이 오른 종목(494)보다 2배 넘게 많았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은 988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개인과 기관이 각각 823억원, 82억원 ‘팔자’에 나섰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쏠림이 뚜렷했다.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HLB, 엔켐, 셀트리온제약 등의 주가가 강세였다. 특히 알테오젠은 3거래일 연속 주가가 뛰면서 종가 기준 역대 최고가인 23만3500원을 기록했다. 알테오젠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편입한 데 이어 개발 중인 지속형 말단비대증 치료제 ‘ALT-B5′ 연구 결과를 미국 학회에서 발표하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지지부진한 흐름이지만, 미국 고용지표에 따라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 이날 밤 미국 노동부가 4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를 공개할 예정이고, 오는 5일 밤 비농업 고용 현황을 알 수 있는 ADP사의 5월 전미 고용보고서가 나온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올해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치를 큰 폭으로 밑도는 등 경기 둔화 가능성이 불거진 상황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ISM 제조업 PMI 등이 잠자고 있던 경기 리스크(위기감)를 깨우면서 주식, 채권, 외환 및 원자재 시장에 중요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발표될 5월 고용지표 및 소비자물가 결과에 따라서 9월 기준금리 인하 불씨가 더 타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경기 둔화라는 ‘나쁜 소식’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워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현상이 지속될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다. 권오성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연구원은 미국 CNBC에 “지난 두 달 동안 나쁜 뉴스가 증시에 호재였지만, 성장이 너무 악화하면 나쁜 뉴스가 그대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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