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최태호 기자] 동해바다에 가스·석유 매장 가능성이 알려지며 관련 테마주가 이틀째 급등했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시추 추진에 따른 실제 수혜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가 종목별 수혜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양철관 △화성밸브 △한국ANKOR유전 △한국석유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전날 상한가를 기록했던 △흥구석유(18.4%) △대성에너지(8.19%) △한국가스공사(1.81%) 역시 상승 마감했다.
화성밸브와 동양철관은 각각 가스밸브와 석유 수송관 생산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국석유는 아스팔트 가공업체다. 흥구석유는 주유소 사업을, 대성에너지는 도시 가스 공급 사업을 영위중이다.
석유·가스 관련주가 급등세를 보인 건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오전 국정브리핑에서 동해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약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파악돼 시추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90년대 후반에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로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며 “심해 광구로는 금세기 최대 석유 개발 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 배럴보다도 더 많은 탐사 자원량”이라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에 배석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올해 12월부터 실질적인 탐사가 시작돼 내년 상반기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유·가스전 개발은 △물리탐사 △탐사시추 △상업개발로 나뉘는데, 현재는 실제 석유와 가스가 존재하는지 매장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탐사시추 단계로 넘어왔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140억 배럴 중 4분의3은 가스, 4분의1은 석유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가 이날 제시한 현시점에서의 전체 매장가치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약450조원)의 5배 수준이다. 이에 따라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세인 것.
다만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승세에 부정적인 전망이 제기된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에서 “발표된 자원량과 실제 회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양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며 “사업이 시작해도 채굴원가가 경제성이 있을지 불확실해 시추 이전까지는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추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돼도 급등한 기업들이 모두 수혜를 받을지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실질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돼 상승하기 보다는 관련 사업을 영위했다는 이유만으로 폭등한 기업들이 대다수”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한국ANKOR유전의 경우 미국 멕시코만에 있는 앵커 유전에 투자해 원유개발로 얻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공모펀드다. 지난해에는 급등락을 반복하며 투자위험종목으로 2차례, 경고와 주의 종목으로는 4번과 3번 지정된 바 있다.
해당 펀드 판매사인 한국투자신탁리얼에셋운용 관계자는 “해당 펀드와 동해 시추의 연관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실질적인 상업개발까지 긴 기간이 걸린다는 점도 지적된다. 안 장관은 앞서 브리핑에서 상업개발 시기를 2035년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가정에 가정을 덧붙여도 상업성 개발 수혜가 있으려면 최소 10년이 걸린다”며 “현재로선 수혜기업을 판단하기엔 이른 시기”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가스공사에 대해서는 일부 수혜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가스전의 부존량 확인 후 상업생산 진행 시 한국가스공사는 수혜를 받을 수 있다”며 “부존량 확보시 생산되는 천연가스는 한국가스공사가 100% 인수해 국내에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연구원도 “액화 비용 없이 가스를 가져올 수 있다면 원가가 하락한다”며 “해외 가스 가격에 따라 미수금 리스크에 항상 노출돼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구조적으로 안정화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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