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USA 2024 개막…샌디에이고 개최
격화된 미중 바이오 갈등, 국내 기업 관심↑
‘역대급’ 규모 참가…한국인만 1000명 이상
“확실히 중국 기업 부스도, 중국인도 줄었습니다. 그 관심이 한국 기업에 몰리는 것 같아요”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 현장에서 만난 한 국내 기업 대표는 첫 날 전시를 둘러보고 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생물보안법’ 발의로 격화된 미국과 중국의 바이오 갈등 속 국내 기업의 반사이익을 단번에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6월의 첫 월요일, 캘리포니아의 화창한 햇살 아래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막을 올린 2024 바이오 USA는 첫 날부터 전시장을 찾은 이들로 북적였다. 정식 오픈 시간인 정오 경에는 등록 데스크가 입장을 위한 대기줄로 가득 차 있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 바이오 USA는 개막 전부터 생물보안법의 표적으로 찍힌 우시바이오로직스 등의 불참 선언으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들이 매년 큰 규모로 행사에 참가했던 만큼 전시 규모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다.
일부 중국 기업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바이오 전시회라는 명성 답게 바이오 USA의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주최 측인 미국 바이오협회는 전시 참가 기업만 1400여개, 참가 기업은 1만개 이상으로 추산했다. 협회 관계자는 “사전 등록 관람객은 1만8000명 정도로 예년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의 빈자리는 국내 기업들이 빈틈없이 채웠다. 매년 참가 규모를 경신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올해도 어김없이 기록을 깼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본부장은 “바이오 USA 홈페이지 기준 ‘한국’ 태그를 단 전시 기업만 47개, 태그 없이 파트너링 등 행사 참여만 하는 국내 기업까지 합산하면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미국 바이오 협회가 전체 관람객 수 중 한국인만 1000명 이상으로 그 규모가 개최국인 미국 다음으로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새 비전 제시한 삼성바이오, CDO 강화로 바이오텍 노린다
창사 이래 12년 연속 단독 부스로 참가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시장 바깥에서부터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개최지 샌디에이고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 있는 공항에서부터 행사장까지 이어지는 해변 도로에 바닷바람에 나부끼는 배너를 설치하면서 개막 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다.
부스 역시 색다른 모습을 보였다. 위탁생산(CMO) 분야를 부각했던 과거와 달리 위탁개발(CDO) 분야에 힘을 준 것.
전시장 메인 위치에 자리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가장 잘 보이는 왼쪽 벽면에 새로운 CDO 슬로건 ‘신속하게, 유연하게, 고객을 중심으로(Agile, Flexible, Focused on You)’를 큼지막하게 새겼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규 CDO 플랫폼인 ‘에스-텐시파이(S-Tensify)’와 맞춤형 CMC 서비스 ‘셀렉테일러’를 공개하면서 CDO 사업의 제2막을 열었다. 두 신규 서비스의 공통점은 생산성 제고로 자본이 부족한 바이오텍의 수요를 정조준했다.
제임스 최 영업지원담당 부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3년간 글로벌 빅파마 중심 수주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모든 규모의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개발하는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며 “부스 천장 장식 역시 고객에 초점을 맞춰 나간다는 의미로 바이오텍이든, 빅파마든 고객의 니즈에 맞게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CDMO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고 강조했다.
사전미팅 100건 훌쩍·첫 날 방문객만 500명…성과 기대감 ‘솔솔’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외에도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이오팜 등 여러 국내 기업이 전시 부스를 마련하고 행사장 곳곳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2010년부터 15년간 바이오 USA에 참가해온 셀트리온은 커지는 관심 속에 작년보다 부스 내 프라이빗 미팅룸을 하나 더 만들었다. 총 4개의 미팅룸은 사전에 약속된 미팅은 물론 계속해서 찾아오는 관람객들로 가득 찼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번 행사 기간 동안 150여개 업체들과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행사 첫날에만 500명 이상의 업계 관계자들이 부스를 방문했다. 이는 작년 바이오 USA 행사 첫날 방문자 수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옆 롯데바이오로직스 부스 역시 지난해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김경은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 BD 부문장은 “송도 플랜트가 착공하면서 미국 현지 공장인 시러큐스는 물론 국내 사이트에 대한 문의도 많이 이어지고 있다”며 “시러큐스 항체-약물 접합체(ADC) 생산 설비가 연내 완료될 예정이라 이번 전시 부스에 ADC 관련 홍보 패널을 설치하면서 ADC 사업과 관련한 미팅 요청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처음으로 바이오 USA에 참가한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힘을 합쳐 파트너링에 나섰다.
양사는 함께 마련한 전시 부스에서 ‘따로 또 같이’의 모습으로 손님 맞이에 집중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첫 바이오 USA 참가에도 불구하고 많은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이 사전 미팅을 요청했다”며 “현장 관람객 역시 첫날 하루 동안만 300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방증했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성과가 기대되는 회사도 있었다. 다른 기업과 달리 전문 파트너링 존에 자리잡은 지씨셀이다. 지씨셀은 올해 국내 기업 최초로 파트너링 존에 부스를 마련하면서 실질적인 파트너링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일라이릴리, 사노피, 노바티스, 암젠 등 글로벌 빅파마들과 함께 파트너링 존에 자리한 지씨셀은 이번 행사 기간 100개 이상의 기업과 만남을 가진다.
지씨셀 관계자는 “지난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이후로 대외적인 만남이 없었던 터라 좀 더 집중적으로 사업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파트너링 존에 부스를 마련했다”며 “부스 안에 마련된 두 개의 미팅룸은 원래 자율적으로 활용할 예정이었으나 밀려드는 미팅 요청에 원활한 진행을 위해 A룸은 R&D 등 파이프라인 기술도입 논의 전용, B룸은 이뮨셀엘씨주 기술이전 전용으로 나눠 파트너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임스박 지씨셀 대표는 “파트너링 부스를 설치하면서 작년에 비해 현장에서 바로 만들어지는 미팅 비중이 더 높아졌다”며 “이번 전시 방문은 이뮨셀엘씨주 기술이전 등 성과에 대한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파트너사들과 심도 있는 논의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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