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리인하가 곧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이 다시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다. 오는 6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가 예고되면서다. 더군다나 서울은 올해 하반기부터 가파른 공급 부족이 예상되면서 집값 오름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4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ECB가 오는 6일(현지시각)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 ECB는 지난해 10월부터 4월까지 5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지난 4월 회의 후 통화정책결정문 성명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지속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을 갖는다면 통화정책 제한 수준을 낮추는 게 적절할 것”이라며 금리인하를 공식 시사했다. 또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우리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아닌 데이터에 의존한다”고 해 연준에 앞선 선제적인 인하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ECB가 예고했던 대로 이번주 금리인하에 나선다면 이는 주요국 중 첫 금리인하다. 연준의 경우 연초 올해 중 3회까지 금리인하가 기대됐지만, 최근 들어 해외 투자은행(IB)의 전망은 연 1회로 모아지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2% 물가 확신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연준은 연 2%의 물가상승률을 목표치로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ECB의 금리인하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들이 뒤따라 금리인하에 즉각 나설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다만 일종의 금리인하 신호탄이 울렸다는 의미에서 투자심리에 긍정적 효과를 줄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물가상승률 등 연준, 한국은 유럽과 다른 부분이 있어 당장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주요국 중 첫 발을 뗀다는 차원에서 심리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올해 하반기 이후 공급 부족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을 발표하면서 하반기부터 아파트 신규 분양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부터 3년(2025년~2027년) 수도권에는 총 23만4660가구(임대 제외)가 입주할 전망이다. 이전 3년(2022년~2024년) 입주물량인 44만6595가구의 절반(52.5%) 수준이다. 2~3년 뒤까지도 공급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인허가 실적이 미미하기 때문이다.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주택 인허가 물량은 10만2482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12만9831가구) 보다 21.1% 줄었다. 올해 정부의 주택 인허가 목표치(54만 가구) 달성도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방의 경우 미분양이 늘고 있어 공급 부족의 타격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될 확률이 높다. 4월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7만1997가구로 7만 가구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4월(7만1365가구) 이후 1년 만이다. 미분양은 지방이 5만7342가구, 서울·수도권이 1만4655가구로 지방 물량이 80%를 차지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인하가 하반기에 한번이라도 단행된다면 부동산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면서 “현재 연 3.9%대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5% 가까워 진다면 전세입자의 매수전환 수요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공급 부족에 인한 여파는 미분양이 많은 지방보다는 수도권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앞으로 전세가격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더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부동산 가격을 움직이는 요인 중 경기 요인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불황의 대표적인 지표인 개인회생 신청은 역대 최다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월까지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은 3만3295건으로 집계됐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경기는 오히려 금리보다 집값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면서 “2~3년 전처럼 초저금리로 내려갈 정도가 아니라면 오히려 경기 요인이 집값의 상승폭을 제한 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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