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가상승으로 공사비가 고공행진하면서 PM(Project Management)사를 찾는 대형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늘고 있다. 시공사와의 갈등을 사전에 막기 위해 중간에서 협상가 역할을 해줄 회사를 찾는 것이다. 이들은 설계단계에서 전문지식이 부족한 조합과 수익성을 따져야 하는 시공사 사이에서 조율·소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월 시공사 선정을 앞둔 한남4구역은 PM사로 한미글로벌을 고용했다. 조합을 대행해 전반적인 사업관리로 각종 행정, 협력업체를 총괄 관리하고 있다. 한미글로벌은 청담르엘(청담삼익 재건축), 디에이치방배(방배5구역), 용산정비창 1구역의 PM도 맡고 있다. 이미 완공된 용산센트럴파크(용산국제빌딩4구역), 삼성 아이파크도 한미글로벌의 관리를 거쳤다.
최근 정비사업 조합에서 PM사를 고용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 공사비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 인상으로 인한 사업 조달비용 급등으로 사업 리스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사업비, 사업기간을 관리하는 PM사의 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한미글로벌을 필두로 삼우CM, 무영CM 등이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글로벌은 실제로 시공사가 요청한 공사비 증액분을 검증해 절반 이하로 절감했던 사례가 있다. 2020년 완공한 한 사업장에 PM으로 참여해 시공사가 요구한 700억원 증액 요청에 대해 최종적으로 310억원 증액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한미글로벌은 용역비의 20배 이상 효과를 발휘했던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미글로벌 관계자는 “PM사를 활용하면 공사기간 단축과 공사비 절감뿐 아니라 사업의 투명성과 절차적 객관성도 확보할 수 있다”면서 “특히 하청과 재하청 등 복잡하게 발주가 얽힌 도시정비사업은 투명한 발주관리도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모든 정비사업 조합이 PM사를 고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소위 사업성이 보장돼 재정이 어느정도 넉넉한 조합이어야 고용할 수 있다. PM사를 고용하는 데도 적잖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최근 겨우 수의입찰을 성사시키거나 시공사가 입찰을 포기하는 사업지의 경우에는 PM을 고용할 여력이 없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입지가 좋지 않거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단지는 PM을 고용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면서 “과거와 달리 정비사업에서 갈등 요소가 늘어나는 데 공공이 PM역할을 해주는 것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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