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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의 권주가] 폭락장 물타기, 집에서 따라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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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식(株式) 거래와 채권(債券)을 비롯한 증권 투자가 대중화하고 있습니다. 거래소에는 나날이 새로운 종목이 상장하고 수많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이들 종목이나 지수와 관련한 상품을 끝없이 쏟아냅니다. ‘채권·주식 가치 탐구(권주가·券株價)’는 자본시장에 이제 입문한 기자가 종목, 시장, 산업을 공부하고 관점을 세워 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편집자 주>

주식 투자자가 어떤 종목을 매수하는 방식 중에 속칭 ‘물타기’라는 행위가 있습니다. 극히 단순하게 말하면 ‘산 종목 주가가 떨어질 때 더 사는 것’입니다. 주가가 떨어지면 그 떨어진 값에 주식을 추가 매수해 ‘평균 단가’를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내려간 주가가 곧 다시 올라서 평균 단가 이상으로 회복한다면, 추가 매수하지 않았을 때보다 더 빠르게 이익 구간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요. 요컨대 ‘어떤 종목의 손실 농도를 희석하기 위해 투자금을 흘려 넣는다’는 행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이 물타기라는 것이 상당히 위험합니다. 좀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물타기를 하다 보면 손실 구간을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위험하죠. 일단 물타기를 통해 손실 구간을 더 빨리 탈출하려면 반드시 주가가 올라야 합니다.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더 떨어지면 곤란해지죠. 물타기한 주식이 더 떨어지면 물타기한 규모에 비례해 손실이 확대되고, 가격이 유지될 동안에도 그만큼 자금이 더 묶이게 됩니다. 보유한 종목의 주가가 오르거나 떨어지거나 유지될 확률이 공평하게 3분의 1씩 되는 것도 아니고요.

예를 들어 코스피 대표 ‘성장주’인 네이버에 투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계산 편의상 기준일 종가에 매수하거나 매도했고, 거래 수수료는 들지 않았다고 할게요. 이 사람은 5월 첫 거래일인 2일에 네이버를 한 주 샀습니다. 3일에도 한 주 샀고요. 7일에도 한 주 더 샀습니다. 그럼 이제 57만8200원을 투자한 이 사람은 평단가 19만2733원으로 네이버 3주를 보유한 상황입니다. 이 무렵 증권사들은 대부분 중국 이커머스 ‘알테무’ 공세에도 1분기 이후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20만원 중후반대 목표가를 제시했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네이버 주가는 5월 8일부터 훅 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날 종가가 19만900원, 9일 종가가 18만8300원으로 월초보다도 떨어졌죠. 하락세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17일부터 더욱 무섭게 이어졌습니다. 전일 가격을 유지한 27일을 제외하면 월말까지 10거래일간 내려서 31일은 17만200원에 거래를 마쳤지요. 앞서 예로 든 네이버 3주 투자자는 어떻게 됐을까요? 이후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면 그는 6만7600원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수익률이 마이너스 11.7%쯤이네요. 보기에 따라선 ‘배드엔딩’입니다.

이 네이버 투자자가 ‘물타기’를 고려하고 있다면 얘기가 좀 달라지는데요. 물타기의 유혹은 사실 하락세가 오래 이어질수록 커집니다. 주가가 많이 내려가 있으니, 그만큼 저가 매수를 통해 평단가를 낮추는 방법도 괜찮아 보이거든요. 여태 종가 기준으로 계산했지만, 장중 52주 신저가 17만원을 쓴 31일은 우리 약간 인심을 써서 딱 이 가격에 원하는 만큼 물을 탈 수 있었다고 가정해 볼게요. 여기서 베스트 시나리오는 네이버 주가가 이후 반등할 때 가급적 빨리 손실 구간을 탈출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이 사는 것이겠죠.

마침 6월 3일 하루만에 네이버 주가는 전일 대비 2500원 오른 17만2700원에 마감했네요. 예시의 네이버 투자자가 이날 중 손실 구간을 벗어났다면, 평단가를 19만2733원에서 17만2700원 이하로 떨어뜨렸을 것입니다. 이 네이버 투자자가 이걸 해 내려면 얼마나 ‘물을 타야’ 할까요? 최저가 매수를 원하는 만큼 성공했다고 가정하면 17만원짜리 네이버 주식 23주를 더 샀을 때 최종 평단가가 17만2623원 정도 됩니다. 그러면 6월 3일 17만2700원에 26주를 일괄 매도시 2002원(주당 77원)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네이버 23주를 52주 신저가에 사려면 391만원이 필요합니다. 매수 시점에도 주가가 반등할 것이란 보장이 없으니 7만원 미만의 손실을 상쇄하기 위한 것 치고는 추가로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크다고 할 수 있죠. 여기서 가정한 투자 규모가 너무 소소해서 그런가 싶어 매매 단위를 100배로 늘려 볼게요. 투자자가 네이버를 월초 사흘간 300주 매수하는 데 5782만원을 투자했다면, 이번엔 676만원의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2300주를 3억9100만원에 샀어야 하네요. 2600주를 일괄 매도시 차익으로 20만200원을 얻습니다. 

솔직히 이런 계산대로 손실 구간을 탈출할 수 있다면 엄청난 ‘해피엔딩’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과정에는 여러 비현실적인 편의상 조건이 적용돼 있죠. 증시에서 매도·매수 금액에 비례해 적용되는 거래 수수료와 증권거래세를 감안하면 애초에 손실 구간 탈출을 위해 더 많은 자금이 물타기에 들어가야 합니다. 개장 후엔 여러 주문 간 경합으로 ‘비싼 매수호가’와 ‘싼 매도호가’ 그리고 ‘먼저 낸 호가’를 우선 체결하는 접속매매가 이뤄지니 한 투자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가격에 수백주가 거래될 리도 없고요.

기술적 분석 방법론에서 주가 움직임은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더라도 그날 그날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파동의 일종으로 취급되는데요. 물타기는 이 때 대세 상승기의 주가가 일시적 하락과 높은 반등 가능성을 보일 때 제한적으로 적용할 만한 방식입니다. 거대 자본을 굴리는 기관 투자자가 장기 투자를 위해 분할 매수, 분할 매도하는 방식의 일부분이라고 봐야 하죠. 자본 여력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가 과도한 시점에 단행한 매수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물타기라는 그럴 듯한 이름을 붙였는지도 모릅니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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