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의무로 가입하는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2.7%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치(20~30%)와 비교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적극적인 자산운용에 나서기보단 원금·이자를 보장해 주는 상품에 자금 87%가 몰리면서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퇴직연금인 401k의 60% 이상이 펀드에 투자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 발표된 학술지 보험금융연구원에 게재된 ‘퇴직연금 소득대체율 추정’ 연구를 보면 현재 퇴직연금 소득대체율은 2.7%로 추정된다. 이는 월 소득이 415만원인 근로자가 25년 동안 퇴직연금에 가입해 연 소득의 9.3~11.3%를 연금으로 적립한 뒤 2~6%의 자산운용수익률을 거두고, 임금상승률과 물가상승률을 각각 3%와 2%로 가정했을 때 나온 수치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4월 발표한 ‘퇴직연금 소득대체율 추정과 시사점’ 보고서를 봐도 퇴직연금 소득대체율은 2.1%로 분석됐다.
퇴직연금 수익률은 지난해 증시 상승에 힘입어 5.26%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를 넘지 못했다. 금리 인상과 증시 침체가 겹쳤던 2022년에는 0.02%였다. 최근 5년·10년 연 환산 수익률은 각각 2.35%와 2.07%에 불과했다. 최근 20년 평균 물가상승률 2.3%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익률이 낮은 상품 중심으로 퇴직연금이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10년 수익률이 2.01%로 가장 낮은 상품은 확정급여형(DB)이었는데, 이곳에 퇴직연금 자산의 53.7%(205조3000억원)가 몰려 있다. DB형은 사전에 확정된 퇴직급여를 받기 때문에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 가입자가 자산을 직접 운용할 수도 없는 상품이다. 적극적인 투자로 연금액을 높이기보단 가입만 해놓고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가입자가 직접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퇴직연금인 확정기여형(DC)도 마찬가지다. 최근 10년 수익률이 2.26%로 DB형(2.01%)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금을 보장받고 이자수익만 받는 원리금보장형에 투자된 퇴직연금은 87.2%(333조3000억원)에 달한다. 원리금보장형의 최근 5년 수익률은 2.12%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4.18%의 수익률을 올린 실적배당형에 투자된 자금은 12.8%(49조1000억원)였다.
DB형에 절반 이상이 투입된 한국과 달리 미국은 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비중이 높다. 미국 노동부와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DB형에 투자된 미국 퇴직연금 자금은 11조9000억달러로 DC형(10조6000억달러)과 IRAs(13조6000달러)를 합친 것보다 적다.
특히 DC형 중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401k에 적립된 퇴직연금 자산은 7조4100억달러인데, 이 중 뮤추얼펀드 비중은 64.7%(4조8000억달러)였다. 80% 이상이 원리금보장형에 투입된 한국과는 정반대인 것이다. 미국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에 따르면, 미국 DC형의 최근 5년·10년 수익률은 각각 8.42%와 7.47%로 집계됐다. 미국 퇴직연금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피델리티의 401k 가입자 중 계좌에 100만달러 이상의 잔액을 가진 가입자는 37만8000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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