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인공지능(AI) 가속기 출시 일정을 공개한 엔비디아와 AMD 주가에 희비가 갈렸다. 내년 출시 ‘로드맵’을 공개한 엔비디아 주가는 비상했으나, 예정에 없던 신제품 ‘MI325X’를 올해 말 내놓겠다고 밝힌 AMD 주가는 도리어 하락한 것이다. 당장 시장 반응은 차갑지만, 삼성전자(005930) HBM3E를 대거 탑재해 엔비디아에 대항하기 위한 ‘시간’을 벌겠다는 AMD의 전략은 주목할만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HBM3E 판로를 찾는 삼성전자에게도 기회 요소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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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전 거래일보다 4.9% 오른 11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날 AMD 주가는 2.01% 내려 163.55달러를 기록했다. AMD는 장중 3%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전날 엔비디아와 AMD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나란히 신형 AI 가속기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GTC 2024에서 공개한 ‘블랙웰’을 향상시킨 ‘블랙웰 울트라’를 2025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2026년을 목표로 차세대 칩셋 ‘루빈’을 출시하겠다고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언급한 ‘1년 주기 신제품 출시’ 계획에 따른 중기 로드맵이다. 블랙웰 울트라는 기존 블랙웰과 같이 HBM3E를 8개 탑재하지만 8단에서 12단으로 HBM3E 층수를 높여 용량과 대역폭이 개선될 전망이고, 루빈에서는 HBM4가 사용된다.
리사 수 AMD CEO는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신제품 MI325X를 꺼내들었다. 기존 지난해 말 공개한 MI300X와 내년 출시가 목표던 MI350X 사이를 채우는 제품으로 MI300X에서 HBM3를 HBM3E로 교체하고, 용량 또한 192GB(기가바이트)에서 288GB로 대폭 늘렸다. 이는 현재 공개된 AI 가속기 중 최대 용량이다. MI325X는 올 4분기 출하한다.
엔비디아는 내년 출시 계획을 밝힌 반면 AMD는 올해 내놓을 신제품을 선보였으나 도리어 주가는 엇갈렸다. 시장은 AMD의 MI325X ‘깜짝 발표’를 고육지책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AMD는 PC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는 선전하고 있으나 데이터센터용 GPU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에 맥을 못추고 있다. 웰스파고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데이터센터용 GPU 시장에서 매출 기준 엔비디아 점유율은 98%에 달한다. 올해 엔비디아 점유율은 94~96%대로 떨어질 전망이지만 데이터센터 GPU 구매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음을 감안할 때 AMD·인텔 성장세는 미미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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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AMD 주력 AI 가속기인 MI300X는 뛰어난 가성비에도 시장에서 차가운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반도체업계는 MI300X의 단점으로 엔비디아 대비 뒤처지는 AMD의 소프트웨어(SW) 지원과 삼성전자 HBM3의 상대적으로 낮은 성능을 꼽고 있다. AMD는 HBM3 대신 삼성전자가 절치부심해 납품할 HBM3E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엔비디아 인증이 늦어져 SK하이닉스(000660)·마이크론 대비 수급에 여유가 있는 삼성전자 HBM3E를 대량 적용해 손쉽게 고용량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AMD는 이를 통해 엔비디아 블랙웰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릴 올 4분기에 보다 저렴한 대체재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MI300 시리즈를 대체할 MI350X를 내놓을 ‘시간’을 벌 수 있을 전망이다. 동시에 삼성전자는 HBM3E 납품처를 얻고, 실 제품에 적용해 기술력을 개선할 수 있다. MI325X는 AMD와 삼성전자 양측의 ‘니즈’가 맞아 떨어져 나온 깜짝 신제품인 셈이다. 나아가 현장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AI 가속기·메모리 반도체의 진정한 승부처가 될 HBM4 도입 시점에서 역전을 노리겠다는 각오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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