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팀 쿡 애플 CEO가 올해도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자신있게 “원 모어 씽(One more thing, 하나 더 있다)”을 외칠 수 있을까.
애플이 6월10일 개최하는 개발자회의를 통해 인공지능(AI) 사업 중장기 전략과 이를 반영한 신기술을 공개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그러나 이미 다수의 빅테크 기업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같은 스마트폰 경쟁사가 관련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애플이 이들과 확실하게 차별점을 보여줄 수 있을 지를 놓고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나온다.
2일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애플은 이번 개발자회의에서 아이폰을 비롯해 자사 제품에 적용되는 인공지능 기반 신기능을 대거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도구, 웹사이트 내용 요약, 사진 편집과 자동 메시지 답장 등 기술이 공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인공지능 플랫폼 ‘시리’의 기능을 대폭 개선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기능을 구현할 공산이 크다.
시리가 사용자의 음성 명령과 화면에 보이는 내용 등을 인식한 뒤 이전보다 더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수의 월스트리트 증권사들은 애플이 인공지능 기술 활용을 통해 아이폰 등 주요 하드웨어 제품 판매량을 크게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을 보면 소비자들은 오히려 개발자회의에서 발표되는 내용에 실망감을 안는 데 그칠 수 있다는 반론도 고개를 든다.
블룸버그가 언급한 인공지능 관련 신기능은 삼성전자와 구글 등 경쟁사 스마트폰에 이미 적용됐거나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IT기업들이 이미 상용화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그동안 다른 빅테크 기업과 비교해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발전 및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서 경쟁에서 다소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팀 쿡은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애플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지난 5년 동안 인공지능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벌여 온 성과를 곧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가 세계개발자회의에서 지금까지 예측된 내용 이외에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을 ‘원모어씽’으로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자연히 힘을 얻고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경영을 맡을 때부터 이어져 온 원모어씽은 애플의 기술 혁신을 상징하는 키워드로 사용되어 왔다.
애플워치와 맥북에어, 애플TV, 아이팟 나노 등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은 상품이나 페이스타임, 애플뮤직 등 새 소프트웨어 기능 및 플랫폼이 이러한 발표를 통해 나왔다.
지난해 개발자회의에서는 팀 쿡이 원모어씽을 통해 공간 컴퓨터 형태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를 최초로 공개했다.
애플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후발주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결국 올해 발표에서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만한 내용이 제시되야 할 필요성이 크다.
이번 개발자회의를 통해 애플이 자체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을 처음 선보이거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인공지능 활용 기능을 공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최근 오픈AI 새 인공지능 모델 GPT-4o, 마이크로소프트 AI 플랫폼 ‘코파일럿+’ 등이 잇따라 공개된 만큼 애플의 발표가 돋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블룸버그는 “애플 시리는 아마존과 알렉사의 음성비서 서비스,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등에 번번이 따라잡혀 왔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명예 회복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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