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을 열고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배럴(1배럴은 원유 159L)에 달하는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다는 물리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내 주식시장도 접점이 있는 종목을 중심으로 급등했다. 다만 증권사들은 아직 초기 탐사단계로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해 한국석유, 대성에너지, 동양철관, 한국ANKOR유전 등이 전날 상한가(일일 가격 제한폭 최상단)를 찍었다. 윤 대통령이 동해 가스전 가능성을 발표한 직후 주가가 급등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동해 가스전)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이나 실제 수익성 여부와 관련 없이 업종·테마 단에서 폭발적인 반응 나오면서 관련 수혜주들이 전부 수익률 상위에 올랐다”고 했다.
다만 갈 길이 멀다. 올해 12월부터 실질적인 탐사가 시작되고, 2025년 상반기 중 석유·가스 매장 여부를 알 수 있다. 매장이 확인되면 2028년쯤 추가 탐사에 나선 뒤 상업 개발은 2035년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심이 얕은 ‘천해’에 있던 동해-1 가스전도 1998년 탐사 후 실제 생산까지 6년가량 걸렸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아직 탐사 초기 단계로 확신을 갖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으로 추가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어느 기업이 혜택을 볼지도 따져봐야 한다. KB증권은 시추에 성공한다면 2030년 이후부터 정유, 석유화학, 액화석유가스(LPG) 등의 분야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유 업계는 개발·지분 투자에 적극적일 가능성이 크고, 석유화학 업계도 에탄을 확보해 고효율의 에탄분해설비(ECC)를 가동할 수 있어서다. 또 동해 가스전에서 연간 158만톤(t)의 LPG를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국내 수요(575만t)의 27%를 대체할 수 있다. LPG 내수 정책은 물론 SK가스, E1 등이 해외와 LPG 거래할 때 선택지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우선 한국가스공사가 투자자들의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앞서 동해-1·2 가스전에서 생산한 가스를 한국가스공사가 모두 인수했기 때문이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아직 불확실한 영역이지만, 한국가스공사가 액화 비용 없이 가스를 가져올 수 있다면 원가가 하락한다”며 “해외 가스 가격에 따라 미수금 리스크에 항상 노출되는 현재 사업 모델이 구조적으로 안정화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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