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 주가 조작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대양금속이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일정이 7개월째 뒤로 밀리고 있다. 대양금속 오너 일가 등이 납입 일정을 연기한 영향으로 보인다. 대양금속이 최대주주로 있는 영풍제지에 대한 유상증자도 덩달아 지연되면서, 소액주주들은 애가 타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대양금속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납입일을 지난달 31일에서 이달 14일로 변경했다. 지난해 11월 2일 유상증자 결정 이후 납입 일정을 7번째 연기했다. 대양금속은 피에치2호조합과 공갑상씨에게 각각 427만3504주를 배정하는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100억원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모두 채무 상환에 쓰기로 했다. 공씨는 대양금속의 모회사 대양홀딩스컴퍼니 이옥순 대표의 배우자다.
대양금속은 피에치2호조합과 공씨를 유상증자 대상으로 결정한 이유로 ‘경영상 목적 달성 및 신속한 자금 조달을 위해 투자자의 납입능력 및 투자의향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고 설명해 왔으나, 자금 조달 시점이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대양금속 주가가 지지부진해서 유상증자 참여 실익이 적어서라거나, 유상증자 참여 예정자들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서라는 추측이 나온다. 대양금속 관계자는 “회사 내부 사정상 민감한 내용으로 공시를 통해 시장과 계속해서 소통하겠다”며 구체적인 납입 연기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영풍제지의 자금 조달 일정 역시 뒤로 밀렸다. 영풍제지 역시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대양금속으로부터 채무상황자금 약 100억원을 확보하기로 했으나, 납입일이 지난달 21일에서 이달 28일로 연기됐다.
주주들은 유상증자 일정 등이 뒤로 밀리는 상황에 속이 타고 있다. 경영 상황이 개선되는 시점도 그만큼 늦어져서다. 네이버의 대양금속 종목토론방에는 “(유상증자에 따른 신주인수권을) 돈 없으면 포기하지 벌써 몇 번째 연기냐” “주주를 속이는 회사다. 장난질 그만 해라” 등과 같은 반응이 올라왔다.
대양금속이 자금 조달에 나선 배경은 주가조작 문제와 맞물려 있다. 대양금속은 2022년 영풍제지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자금 대부분을 주식담보 대출로 마련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영풍제지 주가조작 문제가 드러나면서 5만42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7거래일 연속 하한가(일일 가격 제한폭 최하단)라는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우며 고꾸라졌다. 이후에도 내림세가 이어져 17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영풍제지 주가가 급락하면서 대양금속 보유 지분이 반대매매됐다. 대양금속의 영풍제지 지분율은 45%에서 현재 16.76%까지 쪼그라들었다. 대양금속 주가도 유탄을 맞았다. 대양금속 주가는 4000원대에서 2000원대로 반토막난 뒤 대양홀딩스컴퍼니 오너의 아들이자 실소유주로 알려진 공모씨가 지난달 2일 구속되면서 1300원대까지 밀렸다. 그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양금속 주가는 최근 1700~1800원을 오가고 있다.
대양금속은 일단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대양금속은 우선 제22회 전환사채(CB) 중 120억원어치를 투자조합 등에 재매각하기로 했다. 지난 3월 매각 대상자를 선정했는데, 지난달 8일까지 10억원만 거래가 마무리됐다. 남은 매도대금은 수령일이 지난달 8일에서 오는 20일로 조정됐다.
대양금속은 또 지난달 10일까지 영풍제지 주식 166만6667주(지분율 3.59%)를 담보로 농협은행으로부터 빌린 80억원을 갚아야 했는데, 같은 담보 물건으로 영풍제지로부터 80억원을 빌려 농협은행에 돈을 갚았다. 영풍제지 주식을 담보로 영풍제지에서 돈을 빌린 것이다. 대양금속은 영풍제지에 이달 말일까지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
대양금속이 유상증자에 차질을 계속 빚을 경우 영풍제지 지배력을 더 잃을 수 있다. 추가 출자 외에 채무상환 자금을 마련할 대안이 마땅치 않아서다. 대양금속의 올해 1분기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0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50억원가량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 규모는 217억원으로 118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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