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특정 가수의 공연이 일반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적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번 2024 임영웅 콘서트 ‘IM HERO- THE STADIUM'(아임 히어로-더 스타디움)이 공연 문화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는 입소문이 나 있다. 남다른 그의 행보에 주목해 기획자의 시각에서 임영웅 콘서트에 대해 몇 자 적어보았다.
임영웅 콘서트 티켓을 얻는 것이 곧 효도라는 효케팅(효도 티케팅)이라는 말이 돌았다. 전국의 딸, 아들과 사위, 며느리가 임영웅 전국 콘서트 티켓을 구하려고 ‘소리 없는 클릭 전쟁’에 뛰어들었다. 임영웅의 콘서트는 예매 대기자 수가 50만 명에서 70만 명 수준으로 매우 치열했다.
효도 콘서트 티켓 선물로는 임영웅(48%)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이며, 2위 나훈아(20%), 3위 장윤정(10%) 순으로 인기가 높다. (포커스미디어코리아 25~29세 아파트 입주민 2200명 대상 설문조사)
미국에 ‘스위프트노믹스’, 한국엔 ‘영웅노믹스’
스위프트노믹스는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Swift)와 이코노믹스(Economics)의 합성어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전 세계 순회 콘서트를 열자 방문객 급증으로 호텔, 숙박, 외식업 분야에서 50억 달러의 막대한 경제 효과가 발생했다 하여 생긴 경제 신조어다. 참고로 2022년 방탄소년탄의 1회 공연으로 6800억 원가량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관광문화연구원)
첫 단독 콘서트로 전국 7개 도시를 순회하며 29번 공연한 임영웅도 110만 장의 음원 수익 외에도 부가적인 경제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소비자와의 관계, 긍·부정 평가, 미디어 관심도 등을 반영하는 스타 브랜드평판 2024년 5월 빅데이터 분석결과에서 1위로 집계된 임영웅의히어로노믹스 효과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임영웅이 시축했던 FC서울과 대구FC 프로축구 경기는 예매 10분 만에 경기장 전석 매진을 기록했으며, 기존 티켓 예매 판매 기록인 13만을 14만으로 올려놓았다고 한다. 그를 모델로 기용한 브랜드마다 신규 가입 고객 유치와 판매량 등을 연일 경신하며 ‘대박’ 효과를 누리고 있다.
공연 패러다임 바꾼 ‘배려’의 무대매너
임영웅 콘서트에 가면 세심함이 느껴진다고 한다. 한 예로, 늦은 시각, 유명 학원가에서 어린 자녀의 하원을 기다리는 학부모처럼, 공연이 끝날 무렵 콘서트장 주변에는 부모님을 모시러 온 자녀들이 모여들었다. 임영웅 소속사는 기다리는 자녀들을 위한 대기 공간 ‘히어로 스테이션(자녀존)’을 별도로 마련하는 행사 기획의 디테일을 엿볼 수 있었다.
임영웅은 3시간 동안 정통 트로트 외에도 모두의 취향을 고려한 30곡을 안정적인 라이브로 소화했다. 또 공연의 시작과 끝까지 40대 후반에서 70대 여성 중장년층이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가 돼 있었다.
그는 관람객 모두가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도록 곡 중간 멘트를 할 때마다 천천히 끊어 말하고 또박또박 말하는 편이다. 처음 만난 옆자리 관객을 인사시키며 공연 중 주변 팬들을 서로 챙길 수 있도록 독려하는 모습은 그들에게 따뜻하고 다정한 영웅으로 보이지 않을 수 없다. 거동이 불편한 관람객은 진행요원이 1대 1로 좌석 앞까지 안내하는 친절한 응대 교육과 현장 서비스가 적절하게 이뤄졌다.
공연을 위해 설치된 제작물을 모두 큰 글씨로 만든 것은 물론, 관람객이 넓은 공연장 좌석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티켓 색상에 맞춰 색깔별로 바닥에 안내 동선을 표시해놓았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으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 팬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응원봉 도구의 설치부터 사용 방법까지 1대 1로 알려주는 서비스 창구를 운영했다.
공연 수익 챙기기보다 잔디를 보호한 선택
콘서트는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최정상급 대중가수의 단독 콘서트는 임영웅이 여섯 번째라고 한다. 그런데 하루 5만여 명을 수용하는 축구 전용 구장에서 임영웅과 소속사는 티켓 값 10억 원에 달하는 객석 중 일부인 잔디석(그라운드석)을 통째로 사용하지 않았다. 공연이 끝난 후 관리가 지속돼야 할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축구장 관계자들을 배려한 사려 깊은 결정이었다. 보통 콘서트는 하루 전 무대를 미리 설치하고 리허설을 마치는 것이 관행이지만 미리 준비할 경우 잔디의 상태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 당일 공연 시작 직전 무대 준비를 마쳤다.
그 점이 오히려 예술성을 끌어올렸다는 칭찬으로 돌아왔다. 돌출 무대를 설치하고 잔디가 최대한 눌리지 않도록 보호하고, 관객석 대신 천 스크린으로 활용해 미디어아트 전시가 된 셈이다. 올림픽 개막식과 같은 스케일의 높은 수준을 보여줬다고 한다.
공연 전후 주변까지 포용하는 넓은 아량
콘서트의 전과 후를 모두 챙기는 가수는 몇이나 될까? 야외 콘서트 특성상, 주변 주택가에 발생하는 소음에 대한 협조와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집집마다 참외를 전달하며 이틀간 공연은 민원 없이 막을 내렸다. 또 입장하지 못한 일부 팬들은 공연장 바깥 쪽에 있었는데, 임영웅은 외부 사람들까지 잊지 않고 인사와 호응을 유도해 냈다.
임영웅이 오랜 무명 끝에 대중가수의 반열에 오른 것은 2020년 방송된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 출연 덕분이었다. 사실은 이때 수백억 원대 이적설이 나왔지만 대중에 알려지기 전부터 함께한 현 소속사(물고기뮤직) 대표와 손을 잡았다. 이곳은 1인 기획사로 지난해 233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임영웅은 2021년 연말 특집에서 함께 고생한 무대 제작 스태프들에게 출연료 전액을 양보하기도 했다. 진솔함과 진실한 행동을 보여주는 임영웅과 그의 소속사가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을 다시금 증명하고 있다.
콘서트의 긴 여운이 일반 대중에게도 회자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야외 행사하기 좋은 날씨에 임영웅 콘서트의 성공적인 운영 방식은 실무자들에게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된다. 필자는 비록 효케팅에 실패했지만, 대신 효도해 주는 임영웅 팀의 끝내주는 공연 문화를 언젠가는 보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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