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무협·KITA) 브뤼셀지부가 4일 발간한 ‘EU의회 선거 관련 정당 그룹별 주요 공약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러·우 전쟁에 따른 고물가 지속 △그린딜 추진에 대한 농민 반발 등으로 EU의 정치적 성향이 우경화되고 있어 의회 선거 결과도 보수적 색채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의회 선거 결과와 직결되는 집행위원장 선출에도 우경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연임 도전에 나선 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극보수 정당그룹인 ECR과의 협력도 배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 정당과 연계할 경우 차기 집행위의 산업·무역정책에는 그린딜 추진에 회의적이고 자유로운 기업의 경영활동을 강조해 온 보수 정파의 의견 반영이 불가피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차기 집행위·의회는 반발이 심한 농민과 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그린딜의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역내 핵심 산업보호를 위해 중국으로부터의 디리스킹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여 우리 수출기업에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그린딜의 법적인 틀이 마련된 만큼 차기 집행위는 이행에 집중할 예정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미 배터리 및 소재, 전기차, 히트펌프, 케이블 등 그린 산업 전반에 걸쳐 EU 현지에 다수 진출해 있어 정책적 수혜가 예상된다. 동시에 현실적 고려로 그린딜 추진에 속도 조절이 예상돼 기업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집행위가 배터리·반도체 등 우리 핵심 기업들의 공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과불화화합물(PFAS) 규제 조치의 일부 유예를 검토하는 등 속도 조절이 감지되고 있다.
한편 집행위가 역내 핵심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중국 반보조금법·역외보조금 규정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 중국 기업과 경쟁 중인 우리 기업에는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방위 산업 육성도 변화가 감지된다. 주류 정당들이 러·우 전쟁으로 약점이 부각된 역내 방산 분야와 관련해서 대대적인 투자와 역내 방위 산업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종욱 무협 브뤼셀지부장은 “차기 의회 및 집행위의 역내 산업육성의 방향성이 명확해짐에 따라 EU의 그린·방위 산업 관련 밸류체인에 우리 기업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며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 정책이 본격 시행될 전망으로 우리나라는 EU와의 우방국 지위를 공고히 다지며 EU 시장진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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