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내 고액 자산가들이 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슈퍼리치’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증권사들도 해외 상품 들여오기에 힘쓰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 3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를 관리하는 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GWM)를 출범하고 금융상품뿐 아니라 세무, 법무 컨설팅 서비스 등도 제공하고 있다.
리테일 지점영업 전략을 맡고 있는 김도현 한국투자증권 PB전략본부장은 1999년 입사해 분당PB센터, 압구정PB센터, 방배PB센터장, 여의도 본사 영업부장을 거쳐 현재는 WM PB 전략본부장을 담당하는 ‘찐 리테일맨’이다.
김 본부장은 고액자산가 투자 지형이 국내에서 해외 자산으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미 금리 차 역전과 한국의 저성장 국면을 고려할 때 원화 가치는 과거처럼 달러당 1200원 아래로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경제가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며 강달러가 지속돼 달러 보유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도성장기를 지난 일본은 이미 엔화보다 달러 보유를 선호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일본 고액 자산가들은 해외 부동산, 미국채 등에 투자해 자손들에게 물려주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며 “한국 고액 자산가들도 장기적으로는 달러 자산에 대한 분산 투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선진국 고액 자산가들이 이미 경험한 투자 상품을 한국에 소개하고 있다. 대표 상품이 지난해 출시된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중 하나인 칼라일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펀드다.
김 본부장은 “기관 전용 상품이었던 칼라일 CLO펀드를 국내 최초 리테일화해 조기 완판을 기록했다”며 “글로벌 사모펀드 해밀턴레인의 인수금융 관련 PEF 펀드, 브라질 등 이머징 채권 등을 출시해 해외 투자에 대한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제휴를 체결한 미국 앵커리지캐피털 역시 CLO를 비롯한 구조화 크레디트 관련 관리자산 규모가 230억 달러(약 31조원)에 달한다.
해외 주식에 대한 고액 자산가 투자 비중도 증가세다. 김 본부장은 “PB들이 관리하는 고객 주식자산에서 23% 정도는 해외 주식”이라며 “불과 몇 년 전에는 5~10%였다. 한국보다는 미국 주식에 대한 니즈가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금융소득종합과세 최고세율(49.5%)을 내는 고액 자산가들은 세금에 민감하다”며 “세금을 내더라도 국내 주식 대비 해외 주식이 기대수익률 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미국채, 브라질 등 해외 채권은 절세 목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는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국고채 대비 높은 기대수익률과 절세, 달러에 대한 분산 투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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