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유지 위해 본 사업과 무관한 곳에 투자↑…좀비기업 증가 우려도
바이오기업들이 상장유지 요건 유예 기간 만료가 다가오며 생존을 위한 전략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상장을 유지하고자 시너지가 없는 회사를 인수하거나 투자해 좀비기업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바이오기업이 이종산업과 인수합병(M&A)하거나 신약 개발과 관계없는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은 바이오와 관련 있는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산업에 국한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바이오기업이 해당 산업과 관련 없는 기업을 인수하는 이유는 ‘상장유지’ 조건 때문이다. 일반 상장사는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이 30억 원 미만이거나 법차손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한 경우가 최근 3년간 2회 이상이면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반면에 기술‧성장성 특례제도로 상장한 회사는 법차손 요건 3년, 매출액 30억 원 미만 요건은 5년간 면제받는다. 국내 바이오기업의 경우 이 제도로 상장한 기업이 다수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도전했던 셀리드는 상장유지를 위해 올해 3월 베이커리 기업 포베이커를 인수했다. 2019년 기술특례 상장제도로 상장한 셀리드는 상장 후 유예기간인 5년 동안 실적을 내지 못했다. 지난 5년간 벌어들인 매출은 14억 원에 불과하다. 2021년 9억 원, 2022년 5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이 전부다. 2019년, 2020년, 2023년의 매출은 0원이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은 상장 후 5년간 매출액 관련 요건(30억 미만)이 유예되는데, 셀리드는 지난해 만료됐다. 따라서 올해 매출 30억 원을 충족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포베이커는 지난해 매출 56억 원을 기록했다. 따라서 셀리드는 이번 합병으로 매출 50억 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암‧질병 조기진단 기업 클리노믹스는 최근 호텔과 버섯공장을 인수했다. 이 회사는 2020년 12월 기술특례 제도로 상장했다.
클리노믹스는 최근 2년 동안 매출은 감소하고 적자 폭은 커졌다. 상장 유지를 위한 매출액 요건은 아직 유효하지만, 지난해 말 법인세비용차감전 계속사업손실(법차손) 요건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유예 기간이 종료됐다. 그러나 자기 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이 50%를 초과한 만큼 향후 상장사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호텔과 버섯공장을 인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보핵산(RNA) 치료제 개발 기업 올리패스는 M&A는 아니지만 대규모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리패스는 ‘수원 팔달10구역 장기임대아파트 130동(241가구)’을 약 717억 원에 인수했다. 이중 올리패스가 지급하는 금액은 계약금 15억 원, 1차 중도금 25억 원, 2차 중도금 15억 원, 잔금 약 45억 원 등 100억 원이다. 나머지 약 617억 원은 임대보증금을 승계하는 형태다.
올리패스는 2019년 성장성 특례제도로 상장했다. 매출은 30억 원 이상 발생했지만, 최근 3년간 법차손 비중이 자본 대비 50%를 넘으며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올해도 실적이 부진하면 상장폐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바이오기업들의 상장유지가 목적인 투자가 계속되자 업계에서는 좀비기업 양산을 우려하고 있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기업은 상장유지 조건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건기식과 화장품 외 사업에 진출하거나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이익은 남지 않더라도 매출 기준을 맞추려고 한 것 같다. 이종산업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없어 인수 기업을 경영할 능력도 없고 결국 좀비기업이 계속 상장사로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좀비기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좀비기업이 상장사로 남아있으면 피해는 투자자들의 몫이다. 따라서 정부가 상장유지 조건을 완화하거나 기업이 본 사업과 무관한 부문을 매출로 잡으면서 이익을 내지 못하면 인정하지 않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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