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활에 ‘방치형’ 게임 개발 경쟁
엔씨, 리니지IP 기반 신작 추진
넷마블, ‘일곱개 대죄’ 출시 앞둬
“중국산 게임ㆍ쇼트폼 등과 경쟁
매력적인 게임 만들어야 성공 가능”
수익성 악화로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게임업계가 방치형 게임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짧은 길이의 동영상인 쇼트폼에 빠진 사람들이 늘어나며 게임 이용시간이 감소하자 별다른 조작 없이도 플레이가 가능한 방치형 개발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등 하드코어 게임 개발에 집중해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대형 게임사들이 방치형 게임 개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의 지식재산권(IP) 기반 게임 개발을 진두지휘해온 이성구 최고사업책임자(CBO) 산하의 ‘프로젝트J’ 개발 조직에서 리니지 IP 기반의 방치형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 해당 게임이 출시될 경우 엔씨소프트의 첫 번째 방치형 게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지난달 진행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배틀크러쉬와 프로젝트BSS를 포함해 레거시 IP 기반의 새로운 장르 게임까지 3종을 준비 중이고 2025년에는 대작 3종과 레거시 IP 기반 신규 장르 게임 2종, 캐주얼 게임 2종 등 1년 6개월 동안 총 10종의 신작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가 레거시 IP 기반 신규 장르 게임 개발을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내세운 만큼 방치형 게임을 비롯한 새로운 장르 다각화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세븐나이츠 키우기로 방치형 게임의 흥행 가능성을 입증한 넷마블은 올해 하반기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 IP를 활용한 방치형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넷마블이 지난해 출시한 세븐나이츠 키우기가 출시 두 달 만에 매출 550억 원을 벌어들인 것을 감안했을 때 넷마블이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로 2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대형 게임사들까지 앞 다퉈 방치형 게임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수익성이 악화한 국내 게임시장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작 게임 개발을 위해서는 비용과 인력의 대규모 투입이 불가피한 반면 방치형 게임은 개발 기간이 짧고 제작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리니지로 대표되는 MMORPG가 주도해온 국내 게임에 이용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할 만한 게임이 없다’는 이용자 증가로 게임 이용자 수는 급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게임 이용률은 62.9%로 전년 대비 11.5%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쇼트폼의 인기에 힘입어 유튜브 사용시간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4월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앱은 유튜브로 전체 스마트폰 앱 사용 시간의 33.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게임업계가 막대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중국산 게임뿐만 아니라 쇼트폼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도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오랜 시간이 걸려도 끈기있게 한우물만 파서 대작을 개발하면 성공했던 과거와는 확연히 게임시장이 달라졌다”며 ”변화하는 산업 트렌드와 이용자의 니즈를 따라잡는 것은 물론이고 유튜브를 포기할 만큼 매력적인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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