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지속 증가…1년새 1.8만명 인정
당정, ‘LH 경매차익 통한 구제’ 특별법 개정안 추진
야당 ‘선 구제 후 회수’ 개정안 재발의 예고, 진통 예상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피해자 구제는 더디게 이뤄지는 모습이다.
정부 여당은 피해자 지원 방안을 보완해 22대 국회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단 계획이지만, 야당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효과적인 대책 마련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일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1년간 1만7593명이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국토부는 법이 일몰되는 내년까지 피해자는 3만60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이처럼 피해자가 계속 늘어나자 국토부는 추가 보완방안을 마련했다. LH가 경·공매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저가로 낙찰받고 피해주택의 시세를 반영한 감정가와 낙찰가의 차액을 피해자 주거지원에 활용한다는 게 핵심이다. 사각지대에 놓인 위반건축물, 다가구주택, 신탁사기 피해 주택까지 LH 매입대상도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여기에 지난 3일부터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대출 지원 요건도 완화했다. 그동안 임대차계약 종료 후 1개월이 지나야 가능했던 버팀목 전세대출(대환) 신청을 임대차 계약 종료 이전에도 임차권 등기 없이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경매로 넘어간 피해주택을 낙찰받기 위해 피해자가 디딤돌 대출(주택 매입)을 신청하면, 최우선변제금을 제외하지 않고 경락자금 100%를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한다.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좀 더 실질적인 주거 안정을 꾀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셈이다. 기존 특별법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면서다. 기존 특별법에 따라 LH는 피해주택을 매입해 피해자에게 공공임대 방식으로 재임대하기로 했으나 지금까지 겨우 1건 진행되는 데 그쳤다. 다가구주택 통매입 사례는 전무하다.
정부와 국민의힘, 대통령실은 이 같은 보완 방안을 바탕으로 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22대 국회 최우선 입법 과제로 처리한단 계획이다.
다만 21대에 이어 22대에서도 특별법 개정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선 구제 후 회수’를 골자로 한 특별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한다고 밝혔다. 앞서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하루 만에 폐기됐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의 ‘LH 경매차익을 통한 구제’와 야당의 ‘선 구제 후 회수’ 모두 특별법에 포함해 각자의 상황에 맞게 구제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속도감 있는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가 한다고 강조한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2년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만큼 피해 구제가 빠르게 진행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견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그간의 전세사기 특별법 효과가 낮았던 이유는 피해자의 미반환 전세채권을 회수하기 어렵고, 사기 예방 효과도 크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피 같은 전세금을 돌려받고 싶다는 마음뿐. 정부안이 맞다, 야당안이 맞다, 이런 이분법적 판단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세대에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안 되는 이유를 찾기보다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여야가 제시한 방안들을 함께 묶어 문제점은 보완하고 추가할 것은 더해 속도감 있게 특별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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