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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한화생명 시그니처 ‘63런’ 가보니, 만만찮던 1251계단·249미터

비즈니스포스트 조회수  

1일 한화생명이 개최한 ‘한화생명 시그니처 63런’ 참가자들이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행사 시작 전에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그쯤이야.’

한화생명이 주관하는 수직마라톤 행사인 63빌딩 계단 오르기 대회 ’63런’의 지난해 우승자 기록 8분21초를 처음 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나름 헬스도 꾸준히 했고 헬스장 코치의 구박을 받아가며 하체 운동도 열심히 했던 기억을 떠올랐다. 호기롭게 10분대 기록은 무난히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했다.

처음 마주한 63빌딩 계단은 두 사람이 지나다니면 꽉 찰 만큼 좁았다.

한화생명은 1년에 딱 한 번, 63빌딩의 1층에서 60층까지 249미터, 1251개의 계단을 오르는 63런 행사를 통해 본사 사옥인 63빌딩 계단을 시민들에게 공개한다.

기록을 단축해보겠다는 생각에 처음부터 계단 오른편으로 뛰어올랐다.

의기양양하게 2계단씩 빠르게 뛰어올랐지만 10층에 접어들자 호흡은 점차 가빠졌고 심장박동이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30층을 넘어서자 계단 통로를 타고 참가자들의 외마디 탄성과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나마 구간 구간마다 마련돼 있던 음수대는 참가자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였다.

‘한화생명 시그니처 63런’ 참가자가 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60층 계단을 뛰어오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잠시 벽에 기대 숨을 돌리던 중 만난 30대 후반 여성 참가자는 “올해는 망한 거 같다”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2년 연속 63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그는 “작년에는 13분대에 주파했는데 올해는 몸이 무거워져 완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바삐 60층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다시 무거운 발을 들어 올리면서 한참 계단을 올라서다보니 58층에서 ‘2층 남았어요!’라는 문구가 적힌 큰 걸개를 마주했다.

어느 순간부터 당연히 63층까지라고 생각하고 올랐는데 60층이 끝이라는 사실이 떠오르자 어찌나 반갑던지.

힘을 내 한층 한층 오르자 59층 걸개는 ‘마지막 1층 남았어요!!’라는 문구로 바뀌었고 60층 걸개는 ‘드디어 도착!’이라는 말로 참가자들의 마지막 스퍼트를 응원했다.

마지막 60층 피니시 라인에 들어서자 입구 양편에서 응원수술을 든 대회 스태프들이 완주를 축하하며 환호성을 질러줬다.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한 참가자는 “힘들었지만 다 오르고 나니 뿌듯했다, 20분 이내로 들어온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달성해 만족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화생명 시그니처 63런’ 참가자가 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60층 피니시 라인에 들어서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기자의 최종 기록은 20분25초. 머리가 희긋희긋한 78세 어르신의 완주 기록이 23분이였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부끄러운 성적표다.

오르는 게 좋아 즐겁게 행사에 참여했다는 이 어르신은 평소에도 열심히 마라톤 등 운동을 하고 있다면서 “내년에도 참가하겠다”며 웃음 띤 얼굴로 행사장을 떠났다.

이날 행사는 개인간 기록경쟁 부문뿐 아니라 가족과 친구, 동료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단체(크루)부문, 기록에 상관없이 독특한 개성이 묻어나는 복장으로 참여하는 이색복장 부문으로 진행됐다.

남자부는 지난해 2등을 했던 29세 정재선씨가 8분16초로 1등에 올랐고 여자부는 49세 김선영씨가 9분41초로 1등을 차지했다. 현재까지 역대 최고 기록은 남성부 7분15초, 여성부는 9분14초다.

정재선씨는 수상 소감에서 “아파트 지하 2층부터 30층까지 퇴근 후 1시간씩 무조건 올랐다”며 “2014년 처음 참가했는데 10년 만에 이제 완주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첫 출전에 1등에 오른 김선영씨는 “1등을 할지 몰랐다”며 “평소에 트레일런을 좋아해 하나도 힘들지 않았는데 내년에 다시 기록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1일 한화생명이 개최한 ‘한화생명 시그니처 63런’에서 남자부 우승자인 정재선씨가 8분17초 완주 기록이 새겨진 메달을 보여주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한화생명의 63런은 계단을 오르는 걷기 운동을 통해 건강을 증진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보험회사들의 하루 만보 건기 이벤트 등과 유사해보일 수 있다.

보험회사들은 최근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헬스케어사업의 잠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하루 만 보 걷기를 꾸준히 하면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식의 이벤트를 많이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이벤트와 1995년 시작해 올해 20년째를 맞는 63런을 비교하면 참가자들에게 주는 행사의 인상은 63런이 독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63런 참가 등록은 1시간여 만에 마감됐다. 이날 행사에는 역대 최대인 1300명이 참여했고 참가 연령대도 4세부터 81세까지 다양했다.

직접 참여해보니 대회 참여자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았다. 지난해에 이어 매년 참여한다는 참가자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한화생명이 63런 행사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동시에 요즘 보험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붙고 있는 건강보험 판매에도 톡톡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한화생명은 63런을 ESG활동을 연계해 행사를 한층 의미 있게 만들어 나가고 있다.

올해는 참가비 전액을 한화생명이 월드비전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가족돌봄청년을 위한 사회공헌사업인 ‘위케어’에 사용한다.

최현경 한화생명 브랜드전략팀장은 “한화생명 63계단오르기 행사는 지금까지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즐겨운 대표적 시민 축제다”며 “가족, 친구와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계속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

‘한화생명 시그니처 63런’ 참가자가 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60층 피니시 라인을 통과한 뒤 환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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