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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디폴트옵션에는 강제성를 부여해야 합니다.”
24일 도쿄 니혼바시에서 만난 전직 노무라자산운용 연구원 2명은 현재 일본에서는 디폴트옵션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디폴트옵션이란 사전지정운영제도로 불리는데 가입자가 사전에 지정해놓은 금융상품으로 금융사가 대신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스기타 코우지(杉田浩治) 연구원은 전 노무라자산운용 기획부장, 뉴욕주재원사무소장 등을 거친 뒤 일본증권경제연구소에 몸담았다. 현재는 노무라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 브랜드인 넥스트펀드에서 강연 및 집필을 맡고 있다.
타부치 에이치로(田淵英一郎) 연구원은 전 노무라자산운용 주식운용담당 집행임원, 주식투자신탁운용 부장 등을 거쳐 현재 ESG 투자 조사평가 기관인 더굿뱅커스(The Good Bankers)의 집행임원을 맡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자산운용 전문가의 입장에서 일본 퇴직연금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는데 향후 일본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확정기여(DC)형이 대세가 됨에 따라 디폴트옵션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바라봤다.
현재 일본의 퇴직연금 평균 예상 수급액은 노후보장에 부족하므로 디폴트옵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산 증식을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스기타 연구원은 “현재 일본 퇴직연금의 1인당 예상 수급액은 확정급여(DB)형 732만 엔, DC형 227만 엔, iDeCo(한국의 IRP에 해당) 155만 엔 수준으로 노후 보장에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최근 일본 개인들의 금융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퇴직연금에서도 투자형 자산 비중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DC, iDeCo에 디폴트옵션 제도가 2018년부터 시행됐으나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디폴트옵션 상품 선정을 온전히 기업의 자율에 맡겨 놓았는데 기업들이 대부분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디폴트(기본)값으로 설정해서다.
스키타 연구원은 “미국에선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인해 손실이 나도 직원이나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못하게 돼 있는데 일본은 그 반대다”며 “기업들이 부담과 두려움을 느끼니 당연히 원리금보장형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 짚었다.
다만 앞으로는 일본 디폴트옵션 문화도 변화할 것으로 두 연구원은 예측했다.
지금까지는 일본 시장에서 자산규모 기준으로 DB형이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했으나 향후 DC형 비중이 높아지면서 디폴트옵션에 대한 사회의 관심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두 연구원은 이에 대비해 미리 디폴트옵션에 정부가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짚었다.
스키타 연구원은 “이제부턴 일본도 디폴트옵션 문화가 바뀌어 갈 것이다”며 “일본도 미국처럼 정부가 나서서 디폴트옵션 상품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디폴트옵션 상품을 개인이 지정하지 않는 경우 재무부가 정하는 투자형 상품으로 운용된다.
타부치 연구원은 “미국에선 주식을 통한 장기투자가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가장 효율적이라는 인식을 정부와 민간 모두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이미 노무라증권 등 개별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이와 같은 강제적 디폴트옵션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노무라증권은 개인형 DC형 퇴직연금 상품을 3개월 동안 지정하지 않을 경우 한 차례 알림을 발송하며 이후 31일이 지나도 지정이 없을 경우 자동적으로 개인의 연령에 맞춘 타겟데이트펀드(TDF)에 퇴직연금 자산이 편입되도록 디폴트옵션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두 연구원은 이처럼 개별 금융사들 차원에서 움직이는 것보단 정부 차원에서의 강제하는 방안이 더 효과적이라고 바라봤다.
스키타 연구원은 “현재 일본 후생노동성에서도 모든 DC형 퇴직연금의 디폴트값을 ‘글로벌 주요기업에 분산투자하는 펀드’로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다만 올해 3월 중간논의 과정에서 신중론이 나와서 아직 계류된 상태”라 말했다.
타부치 연구원은 그럼에도 “전세계 주식에 분산투자하는 형태로 디폴트옵션이 점점 흘러 가는게 좋다고 본다”며 후생노동성의 논의가 좀 더 진전되기를 희망했다.
타부치 연구원은 최근 일본 증시상승을 이끈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에 관한 견해도 내놨다.
그는 “밸류업에서 중요한 건 일단 한 번 증시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개인들이 다시 증시에 유입돼 추가 상승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라는 것이다”며 코스피도 일단 상승 추세가 시작되면 그 여파가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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