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우형 케이뱅크 대표이사 행장이 1분기 호실적을 바탕으로 기업공개(IPO) 절차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케이뱅크는 2년 전 기대보다 낮은 기업가치 평가에 상장을 연기했던 경험이 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지에 이목이 쏠린다.
2일 비상장주식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살펴보면 케이뱅크의 추정 시가총액은 6조3천억 원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약 4조 원)와 비교하면 기업가치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다.
박해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케이뱅크는 향후 3년 동안 높은 여신 성장세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기업가치를 5조4천억 원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이는 케이뱅크 상장 예상 시기인 올해 말 자기자본 추정치(2조 원)에 같은 국내 인터넷은행업계 카카오뱅크의 호황기 주가순자산배율 평균치인 2.7배를 반영한 수치다.
케이뱅크는 총 7조 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조 원 중반대에서 6조 원대는 회사의 기대치를 조금 밑돌지만 긍정적 수준으로 여겨진다.
앞서 2022년 케이뱅크는 역대급 실적에도 기업공개시장 위축 등 영향으로 기업가치를 4조 원대 수준으로 평가받으면서 상장을 철회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올해 기업공개 여건은 여러 측면에서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우선 올해 케이뱅크는 고객 수와 실적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내실이 탄탄해지고 있다.
케이뱅크 고객 수는 올해 2월 1천만 명을 넘어선 뒤 3개월여 만에 100만 명이 더 늘어났다. 2024년 1분기 순이익은 507억 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보였다. 이는 2023년 같은 기간보다 387.5% 급증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는 에이피알부터 HD현대마린솔루션 등 ‘대어’들이 성공적으로 코스피시장에 상장하면서 기업공개 시장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이에 최 행장도 올해 핵심 과업인 케이뱅크의 기업공개에 전력투구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케이뱅크는 이달 안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예비심사를 통과하면 통상 6개월 정도 안에 상장이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2024년 안에 기업공개를 하겠다는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케이뱅크가 재무적투자자(FI) 등의 눈높이에 맞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케이뱅크가 순이익을 비롯한 재무적 수치들이 개선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시장 경쟁력 입증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국내 인터넷은행업계는 시장의 성장세만큼이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올해 1분기에도 케이뱅크뿐 아니라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국내 인터넷은행들이 모두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호실적이 바로 케이뱅크의 차별적 성장성으로 평가받기는 어려운 이유다.
케이뱅크는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이지만 카카오뱅크에 업계 1위 위치를 내주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고객 수와 순이익 모두에서 케이뱅크의 2배 수준을 보이면서 시장 우월적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여기에 후발주자 토스뱅크도 빠르게 1천만 고객을 끌어 모으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기 영업흑자를 이어가면서 케이뱅크를 바짝 뒤쫓고 있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참전한 제4인터넷은행 출범도 가시화되고 있다.
케이뱅크는 기업공개가 조급한 상황인 점도 몸값을 높이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케이뱅크 대주주 비씨카드는 앞서 2021년 케이뱅크를 2026년 7월까지 상장하는 조건으로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투자를 받았다. 이에 케이뱅크는 올해 안정적으로 상장을 성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최 행장은 1월 케이뱅크 대표에 오르자마자 이사회를 통해 기업공개 재추진 안건을 의결한 뒤 상장 주관사 선정 등 준비에 속도를 냈다.
최 행장은 기업공개 재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상장은 케이뱅크가 고객을 향해 또 한 번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라며 “철저히 준비해 구성원 모두와 함께 성장하는 케이뱅크가 되겠다”고 말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현재 기업공개와 관련해서는 기존 예정된 일정대로 진행을 하고 있다”며 “6월 안에 상장예비심사를 제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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