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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률은 20% 정도로 나왔습니다. 5개를 뚫으면 하나 정도 나오는 정도의 확률이라 높은 수준입니다. 연말에 구체적으로 시추공을 뚫으면 더 정확한 수준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3일 동해 심해 가스전 발견 가능성에 대해 “현재는 지진파 분석 등을 통해 석유와 가스의 매장 가능성이 높은 지질 지형인 ‘유망 구조대’를 찾은 단계여서 연말부터 이뤄질 시추에 주력하겠다”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일반적인 경우 확률이 10% 수준인 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다.
석유·가스 개발은 △물리탐사 자료 취득 △전산 처리 △자료 해석 △유망 구조 도출(석유가 발견될 전망이 있는 구조) △탐사 시추(지하자원을 탐사하기 위해 땅속 깊이 구멍을 파는 작업) △개발·생산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국내 대륙붕에 대한 탐사권자인 한국석유공사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주무관청인 산업부로부터 탐사 시추를 승인받았으니 유망 구조 도출에서 탐사 시추로 접어드는 단계에 서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당분간 최적의 탐사 시추 대상을 물색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올해 말에 착수하는 첫 탐사 시추에 이어 2026년까지 최소 5공의 구멍을 파볼 작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1공, 2025·2026년 각각 2공꼴이다. 탐사 시추는 탄성파 탐사에 의해 도출된 유망 구조를 굴착 작업, 물리검층, 산출 시험 등을 통해 석유 부존 여부를 확인하고 산출 능력을 평가하는 작업이다.
유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상징물인 시추 리그를 세우고 비트라 불리는 회전용 굴삭기를 이용해 땅속을 회전해 들어가면서 흙과 암반을 뚫는 회전식 시추 방식이 일반적이다. 윤활 복합체인 시추액이 윤활 작용을 하면서 드릴파이프 끝에 붙어 있는 비트가 바위를 갈아낸다. 굴착이 진행돼 석유의 부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깊이에 도달하면 유정의 전기적인 성질을 검사하기 위해 물리검층이 실시된다. 시추 깊이는 목표 지질층의 위치에 따라 다르다. 석유층은 일반적으로 1~4㎞, 가스층은 보통 6㎞ 이상 깊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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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해상시추는 육상시추보다 몇 배나 많은 비용이 든다. 해상시추 중에서도 심해시추는 한층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소요 비용은 1공당 1000억 원을 투입한다.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동해 심해 가스전의 1차 시추가 약 3개월간 이뤄져 내년 상반기 중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은 초기 단계다.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에는 탐사 시추로 구조 내 석유·가스 부존 여부를 확인한 후 평가 시추를 통해 매장량을 파악한다. 실제 석유가 묻혀 있더라도 경제성이 없으면 개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평가 시추 통과 시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생산 시설을 설치한 뒤 석유·가스를 생산한다. 이 때문에 실제로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더라도 사업성이 낮으면 의미가 반감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첫 탐사부터 생산까지 일련의 과정은 약 7~10년이 걸린다. 모든 것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는 가정 아래 첫 생산 시점에 최대 10년이 소요되는 것이다. 생산 기간은 약 30년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이날 석유·가스 개발 계획과 관련해 “2027년이나 2028년쯤 공사를 시작해 2035년 정도에 상업적 개발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배경이다. 윤석열 정부 임기 말미에나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동해 가스전이 2004년 상업 생산에 착수하기까지 석유공사는 열 번의 실패를 경험해야 했다. 마지막이라는 결기로 총 열한 번째 도전한 끝에 이뤄낸 성취였던 셈이다. 석유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12.5% 이상 성공률이 나올 경우 탐사 시추에 들어간다”면서 “20%의 성공률이 고무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최소 5000억 원이 투입되는 고위험·고수익 사업인 만큼 리스크 헤지를 위한 전략도 짜고 있다. 성공 가능성이 높으면 국내 투자 비중이 높아지고 낮으면 해외 투자 비중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설령 충분한 매장량이 확인되더라도 심해 생산 경험과 기술력이 부족해 최소한의 해외 투자는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교수는 “울릉도 독도 주변 수심 3000m 이상 심해에는 고체 메탄이 많이 매장돼 있으나 기술적 한계로 손도 못 대는 상황”이라면서 “심해 1000m부터 차근차근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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