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 가장 관심을 모았던 공약인 ‘철도지하화’ 사업의 현실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철도지하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만들어졌지만 막대한 사업비를 회수할 수 있는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부지가 극히 일부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주요 정책, 공약으로 철도 지하화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22대 국회 초반 입법 과정에서 철도지하화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3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달부터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추진 협의체’ 분과위원을 중심으로 각 지자체 대상 철도지하화 컨설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오는 10월 말까지 지자체로부터 사업 제안을 받아 연말에 1차 선도 사업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국의 철도지하화 대상 노선은 총 552㎞로, 경기가 8개 노선(경부·경인·경의·경원·경춘·중앙·경강·안산선) 360㎞로 가장 길다. 이어 서울(71.6㎞) 대전(36㎞) 대구(20㎞) 부산(19㎞) 광주(14㎞) 인천(13㎞) 경남(3㎞) 등이 뒤를 잇는다.
철도 지하화는 20여년 넘게 대통령선거, 총선 등 주요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대표적 공약으로 꼽힌다. 지난 4월 총선에서도 여야 모두 철도지하화를 대표적인 공약으로 내세웠다. 1월에는 여야 합의를 통해 ‘철도 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철도 지하화의 핵심 과제인 사업성 문제는 여전히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이번 총선에서 철도 지하화를 중당당 차원의 공약으로 내세우면서도 예산 및 사업성 확보 등과 관련해서는 구체적 내용을 내놓지 못했다. 총선 이후에도 관련 법안이 발의되거나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철도 지하화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국가철도공단·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관련 공공기관으로 구성된 정부출자기관이나 특수목적법인(SPC)에서 채권을 발행해 먼저 지하화를 진행하고, 이후 상부 땅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업 구조다.
문제는 지하화에 들어가는 비용이 천문학적이라는 점이다. 국토부는 현재 거론되는 철도 지하화 대상 노선 552km에 대해 50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향후 공사비 상승 등을 고려할 때 50조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시 내 국가철도 구간 71.6㎞ 지하화 사업비에만 32조6000억원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현재 철도 지하화 특별법에는 국유재산 출자를 제외하고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 방안은 포함돼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사업성 문제 해결에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 철도 지하화 역시 선거철마다 등장했다 사라지는 공약에 머물게 될 공산이 크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철도 지하화로 인해 생기는 상부 공간의 개발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철도 지하화 계획을 정말 현실화시킬 의지가 있다면 지자체의 노력뿐 아니라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현재 부동산시장 및 민간기업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민자유치가 쉽지 않은 만큼 국가전략 차원에서 로드맵을 잘 설정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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