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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결과가 나온 지 나흘 만에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회의를 열고 이번 판결에 대한 유감의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 그러면서 명예 회복과 그룹 경영의 질적 성장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계에서는 이제 최 회장의 항소심 결과가 SK그룹 전체가 직면한 문제로 번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항소심 판결 중 노태우 전 대통령이 SK그룹의 경영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는 판단과 함께 재산분할을 위해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의 활용 여지가 커지면서 사적 영역의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3일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에서 열린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한 최 회장은 “개인적인 일로 SK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SK와 국가경제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협의회는 최 회장의 항소심 판결이 개인의 일에서 벗어나 그룹의 가치와 역사를 심각히 훼손했다는 인식을 모았다. 회의에는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CEO 20여 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SK가 성장해 온 역사를 부정한 이번 판결에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계열사 CEO들 역시 이번 판결이 SK의 역사를 훼손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일부 CEO는 SK의 이동통신사업 진출 과정에 과거 정부의 특혜가 있었다는 취지의 판결과 관련해 “노태우 정부 당시 압도적인 점수로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따고도 정부의 압력 때문에 일주일 만에 사업권을 반납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고, 직접 경험한 일이기도 하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모습도 나왔다.
CEO들은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어렵게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는데 마치 정경유착이나 부정한 자금으로 SK가 성장한 것처럼 곡해한 법원 판단에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진실 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해 결연히 대처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그룹 측은 전했다.
경영에 미칠 파장에 대한 점검도 이어졌다. 판결 이후 최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SK㈜의 주식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경영권 분쟁에 대한 시각도 나오는 등 대내외적으로 동요가 심한 상황을 고려해 안정적으로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창원 의장은 “우리 CEO들부터 솔선수범하며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 기업 가치 및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평소와 다름없이 계속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한편 최 회장 측은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이혼 소송 판결문이 메신저 등을 통해 퍼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최초 유포자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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