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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KB부동산신탁 등 금융그룹 계열 부동산신탁사를 대상으로 수시검사에 착수한다.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익스포저와 함께 올해 초 문제가 됐던 부동산신탁사 임직원들의 비리 여부까지 밀도 있게 들여다볼 계획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KB금융그룹의 자회사인 KB부동산신탁에 대해 이달 12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한 달가량 수시검사에 착수한다.
아직 구체적인 검사 일정을 수립하지 않았지만 다른 금융그룹 부동산신탁 자회사인 신한자사신탁과 우리자산신탁, 하나자산신탁에 대해서도 추후 검사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라 말할 수 없다”면서도 “12개 부동산신탁사 중 선별해 검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 초 문제가 된 부동산신탁사 2곳처럼 임직원 비위와 함께 부동산익스포저 관련해서도 잘 관리하는지 여부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금감원은 올해 2월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다. 부동산 PF와 관련해 불공정행위가 만연한 데다, 대주주 및 회사 임직원들의 사익추구 행위가 여러 건 확인됐기 때문이다. 대주주 등이 시행사에 토입매입자금 등의 명목으로 반복적으로 돈을 빌려주고 평균 18%의 고리의 이자를 챙긴 점 등이 드러났다. 이에 더해 대주주와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신탁사업의 용업업체 등으로부터 금품과 법인카드 등을 45억원가량을 받아 사적으로 활용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다. 또 재건축 사업 등을 담당하는 신탁사 직원들이 재개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업무상 얻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사업지 내의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금감원은 또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에 대한 리스크를 집중해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PF에서 부동산신탁사는 본 PF 전환 시기에 개발사업의 수탁자로 참여해 개발 비용을 신탁업자가 직접 조달(차입형)하거나 제3자가 부담하는 개발비용의 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책임준공확약 등을 제공한다.
하지만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장이 부실화되면서 이들 부동산신탁사들의 건전성 리스크도 심화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신탁사 14곳은 지난해 당기순익 총합으로 2491억원을 거뒀는데, 이는 전년 대비 61%가량 줄어든 규모다. 올해 1분기에는 5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다. 총당기순익도 14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부동산신탁사들의 실적 악화는 그동안 비중을 늘려온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 때문으로 분석된다. 책임준공형 신탁 사업은 건설사가 부도 등의 이유로 약속한 기한 내에 공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신탁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현재, 부동산신탁사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 금감원 검사를 받게 되는 KB부동산신탁의 경우 그동안 책임준공형 사업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높여왔는데, 준공 기한을 못 맞추는 사업장이 늘면서 보증 리스크도 커진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 1분기 KB부동산신탁은 469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 신한자산신탁도 220억원 손실을 냈고, 하나자산신탁과 우리자산신탁도 순익이 뒷걸음질 쳤다.
게다가 4대 금융그룹 계열 부동산신탁사의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 규모가 16조원에 이르는 만큼 금감원도 부동산PF 리스크를 직접 들여다본다는 계획인 것이다.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부동산PF 리스크와 임직원들의 비위 행위에 대해서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안다”면서 “검사 강도도 상당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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