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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방자치단체 간 현금성 출생지원금의 격차가 500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에서 현금성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합계출산율 제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단순 이전지출은 줄이고 돌봄 인프라 구축이나 대면 서비스 등 특화할 수 있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일 서울경제신문이 245개 지자체의 저출생 정책을 전수조사한 결과 출산 시 지급되는 지원금의 격차가 50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금 규모가 가장 높은 곳은 전남 강진군이었다. 강진군은 6개월 이상 주민등록을 한 부모가 자녀를 출생한 경우 출생 순위와 무관하게 만 7세까지 매달 60만 원의 출생지원금을 지역 화폐로 지급하고 있다. 출생아 한 명당 총 5040만 원을 지원하는 셈이다. 반면 대구 남·동구 등은 출생 직후 10만 원씩 주는 데 그쳤다. 첫째나 둘째에 대해서는 특별히 지원금을 주지 않는 지자체도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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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의 지원 정책이 현금 살포에 치중하면서 합계출산율 제고보다는 지역 간 ‘출생아 유치전’으로 변질되는 경향도 확산하고 있다. 경북도는 도내 22개 시군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간 지급된 출생지원금이 합계출산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시군별 출생지원금은 10년 동안 꾸준히 늘었지만 경북의 출산율은 2015년 1.46명에서 2023년 0.86명으로 뒷걸음질쳤다. 포항시와 구미시의 경우 출생지원금과 출산율이 반비례 그래프를 그리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에서 출생지원금을 경쟁적으로 확대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지자체 간 지원 격차가 커지면서 전체 출산율이 오르기보다는 지역 간 ‘출생아 유치전’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출생 지원 역할을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출생지원금 등은 정부가 맡고 지자체는 돌봄 인프라와 서비스 확충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자체들이 저출생에 관심이 많지만 정작 쓸 수 있는 재정은 제한적”이라며 “10만 원씩 나눠서 지급하는 것보다 일·가정 양립이나 양육에 도움되는 정책을 제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첫만남 이용권과 부모·양육수당에 초중고 교육비까지 더하면 아이 한 명당 약 7200만 원이 지원되고 있는 만큼 지자체는 현금성 지원을 늘릴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박혜림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중앙정부는 현금 지원 정책, 지방정부는 돌봄 서비스 정책에 집중한다”며 “중앙과 지방의 정책이 이원화돼 있으면 지역 간 과도한 현금 경쟁은 줄이고 지역 특색에 맞는 인프라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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