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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여성을 1년 조기 입학시키는 것이 저출생 대책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데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2일 늦게 “본원의 공식 의견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꼬리 자르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발단은 조세연이 지난달 30일 발간한 ‘5월 재정포럼’에 실린 글이었다. 조세연은 현안 분석 보고서에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교제 성공 지원 정책’의 예시로 “여성을 1년 조기 입학시키는 것도 향후 적령기 남녀가 서로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본지 6월 1일자 8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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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제안에 비판 의견이 쇄도하자 조세연은 뒤늦게 해명 자료를 냈다. 보건복지부 역시 같은 자료를 배포하면서 조세연을 두둔했다. 해당 기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복지부는 “저출생 정책 관계부처인 만큼 문의가 많아 참고차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 저자는 2017년부터 조세연에서 근무해왔다. 개인 공간이 아닌 조세연이 편집과 감수 등을 맡는 대표 정기간행물에 ‘현안 분석’ 형태로 보고서가 게재됐다는 점에서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는 연구원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조세연이 정부 인구정책 평가 기관으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해당 보고서에는 여아 1년 조기 입학뿐 아니라 “과거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은퇴자 또는 저학력자로 다수 구성됐다면 최근에는 청년층·고학력자들도 다수임을 확인할 수 있는데 굳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가 자영업 창업을 지원하는 상황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노령층이 은퇴 이민 차원으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면 생산가능인구 비중을 양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같은 과거 자영업자들을 폄하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노인 인구를 배제하려는 듯한 인식이 엿보인다는 해석도 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아 조기 입학은 부족함을 넘어선 엉터리 진단”이라며 “조세연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잘 알지 못하거나 연구를 많이 하지 않은 분야를 평가하는 것은 국민들에 큰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구정책 평가 기관으로서 조세연이 어떤 전문성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뜻밖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며 “충분한 과학적·학문적 근거 없이 말하는 것은 오히려 인구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과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세연은 공식 의견이 아니라는 해명보다 반성부터 하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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