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보이스피싱 통화내용을 학습해 관련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이 나온다. 정부가 기업에게 이 같은 데이터를 개방하기로 하고 이에 SK텔레콤이 먼저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 ★본지 5월 20일자 12면 참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AI·데이터 기반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상호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이를 통해 보이스피싱 범죄 확산에 대응해 다양한 AI 기술과 서비스가 개발될 수 있도록 기관·기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
정부는 우선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이 가진 실제 보이스피싱 통화 데이터를 민간 기업에게 제공해 보이스피싱 예방 AI를 개발할 수 있도록 협력한다. 기업은 AI 모델 학습과 성능 검증 등에 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신고를 통해 수집한 통화 음성데이터를 과학수사 지원 목적으로 국과수에 지속 제공하고, 국과수는 해당 데이터를 비식별화 등 전처리 등을 거쳐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민간에 제공하는 데이터 공유체계를 구축한다.
개인정보위와 KISA는 데이터 제공·수집·이용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법상 쟁점에 대해 법령해석, 실증특례 등 규제개선 방안 등을 검토한다. 이를 통해 안전한 데이터 활용을 지원하고 가명정보 활용 종합컨설팅을 통해 데이터 가명처리, 안전조치 이행 과정 등을 지원한다.
정부는 이 같은 AI가 개발될 수 있도록 특히 통신·금융업계와의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필요할 경우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개인정보 법령 준수방안을 개인정보위와 함께 마련하고 사업자가 이를 이행한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사전적정성 검토제’도 활용한다.
정부는 또 보이스피싱 대응 연구개발(R&D) 사업도 직접 기획하고 추진한다. 과기정통부는 관련 전문가와 함께 구체적인 사업을 기획하고 예산을 지원하며 개인정보위는 연구 과정 중 개인정보보호법 관련 규제 개선사항을 발굴하고 필요 시 실증특례도 추진한다.
관계부처 협업의 첫 성과로 SK텔레콤이 보이스피싱 탐지·예방 AI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통화 문맥을 토대로 보이스피싱 의심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별해 본인이나 가족에게 알림을 주는 기능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보이스피싱에 사용되는 주요 키워드나 패턴을 탐지하는 것은 물론 통화 문맥의 특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수사기관을 사칭하거나 금융거래를 이유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행위 등 다양한 보이스피싱 상황을 즉각 인지하고 의심통화로 분류한다. 단순히 의심 회선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범죄 수법에 AI를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은 통화 데이터가 서버로 전송되지 않고 단말기 내에서 처리되도록 하는 소형언어모델(SLM) 기반의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모델에 필요한 학습 데이터를 당국에 요청했고 국과수는 약 2만 1000건의 통화 데이터를 텍스트로 변환해 이달 중 SK텔레콤에 제공하기로 했다. 개인정보위와 KISA의 자문을 받아 피해자의 이름, 계좌번호 등 민감한 정보는 비식별 처리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그동안 피해자로부터 신고된 보이스피싱 통화 데이터가 사후적인 수사 목적으로만 활용됐으나 이번 협약을 계기로 앞으로는 사전 예방을 위한 AI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게 됐다”며 “신뢰할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 및 정보보안 체계를 갖춘 민간기업 등이 민생범죄 예방을 위한 기술개발을 위해 보이스피싱 통화 데이터를 필요로 하면 적극적으로 개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유플러스도 최근 AI로 보이스피싱 대응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경찰청에 실제 신고 데이터를 요청한 상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