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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돌아보기] ‘낯가림 세대’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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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인희 논설위원
함인희 논설위원

직장 내 신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최근의 설문조사 결과 중 하나다. 신입사원들은 출근 첫날, 다양한 세대가 한 공간에서 함께 근무하는 사무실 풍경을 접하는 순간 일종의 문화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20대 중반에 이르도록 다양한 연령대와 직접 부딪치며 어울려 본 경험이 없는 요즘 세대로선, 솔직히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는 응답이 주를 이루었다.

요즘 세대가 다(多)세대 공존형 조직 안에서 자신들의 문화충격을 소화하는 방식이 나름 흥미롭다. 일단 직속 상사는 마음속으로 부모뻘(?), 직속 상사의 상사는 조부모뻘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마 직접 마주할 일 없는 임원은 증조 할아버지(증조할머니는 아예 안 계실 테고)뻘이라 상상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쪼그라든 가족관계를 떠올리며 안간힘을 쓰고 있을 요즘 세대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개인차는 물론 있을 테지만, 요즘 세대를 접하노라면 낯가림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오랜만에 학교 도서관을 찾은 50대 제자가 이용 시스템이 바뀐 탓에 주위 학생에게 도움을 청하려 했건만, 누구 하나 눈을 맞추려 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는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예전 같으면 주변에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하다 싶으면,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고 눈짓을 주고받던 시절이 있었는데 말이다.

이런 종류의 낯가림이나 주변에 대한 무관심은, 궁금한 것이 생기면 검색을 해보거나 앱(응용 소프트웨어를 뜻하는 애플리케이션의 약자)을 다운로드받아 해결하는 데 익숙한 ‘앱세대’만의 특성일 수도 있겠고, 중학교 및 고등학교 시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적절한 상호작용 능력을 사회화하지 못한 탓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가족이 점차 ‘미니멀화’함에 따라 친족 간 왕래도 사라져 가고 형제자매도 단출해지면서, 어린 시절부터 풍성한 관계를 경험해볼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원인이야 무엇이든, 이들 낯가림 세대에게 이어폰 및 헤드폰은 필수템이 분명한 듯하다. 음악을 감상하려는 목적도 있을 테지만, 주변 소음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가장 우선시되는 것 같다. 어쩌면 소리만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낯가림을 숨긴 채 주변을 향한 자신의 무관심을 정당화하려는 도구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동네 커뮤니티 센터 내 헬스장을 찾을 때면 나의 심증이 더욱 굳어지곤 한다. 요즘 세대의 귀에는 예외 없이 이어폰이 꽂혀 있거나 헤드폰을 쓰고 있기에, 고장 난 워킹머신 위에서 스피드 8~10 정도로 달리기를 하면 심각한 소음이 발생하지만, 누구 하나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차피 외부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을 테니까. 이어폰 없이 헬스장을 찾은 어른 세대만 쿵쾅거리는 지독한 소음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만, “시끄러우니 다른 기계를 사용하세요.” “제발 살살 뛰세요.” 했다가는 행여 봉변이라도 당할까 봐 벙어리 냉가슴 앓는 경우가 다반사다.

요즘 세대의 낯가림은 관계 자체가 부담스럽기에 굳이 관계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표현에 다름아닐 것이다. 그러니 관계성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구일 것이라는 가정은 이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관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세대에게, 어찌 관계의 중요성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며, 관계의 재미를 공감토록 할 수 있을 것인지.

한데 관계를 기피하는 낯가림이 개인 의도와는 무관하게 무례함으로 연결됨은 진정 유감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어른에 대한 기본적 예의는 고사하고, 주변에 대한 관심을 아예 차단한 이들로 인해 종종 위험에 처하게 되니 말이다. 어제만 해도 이어폰 꽂은 젊은이 뒤를 따라 아파트 공동문을 나서는데, 뒤따라오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도통 무관심한 탓에 문을 잡아주지 않아 다칠 뻔했다. 이젠 익숙한 일상이 되어가고 있긴 하지만, 낯가림의 또 다른 얼굴로 낯두꺼움을 만날 때마다 슬그머니 화가 치미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요즘 세대 특유의 개인주의 속에는 가족 친족 집단 조직 등이 부과하는 책임과 의무에서 일단 벗어나려는 욕구가 자리하고 있기에, ‘안 주고 안 받겠어요’ ‘나를 건드리지 말고 내버려 두세요’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 관계 속에 얽히고 싶지 않은 솔직한 속내를 존중해준다 해도, 그것이 예의없음이나 버릇없음으로 나타나는 것만큼은 절대 사절이다. 요즘 세대가 소중히 생각하는 프라이버시를 인정해줄 테니, 타인을 향한 적정 수준의 관심과 배려만큼은 신세대 식 예의 목록에 필히 포함시켜주길 기대해 보련다.

데일리임팩트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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