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손실충당금 4316억원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
KB·신한·하나금융은 축소
고금리에 지역경제 타격 커
지방금융지주사들이 올해 들어 대출 부실에 대비하기 위한 방파제를 더욱 높게 쌓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대출자들이 늘어나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하는 탓이다. 앞으로도 높은 수준의 금리가 오랜 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실에 대한 우려는 계속될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DGB·JB금융 등 3개 지방금융지주사가 올 1분기에 적립한 신용손실충당금은 43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9%(1093억원) 늘었다. 신용손실충당금은 고객에게 내준 대출에서 원리금 일부를 회수하지 못할 것에 대비해 이익의 일부를 빼둔 것이다.
지주사별로 살펴보면 DGB금융이 1594억원으로 44.9% 늘어나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BNK금융은 1666억원으로 JB금융은 1056억원으로 각각 35.9%, 17.7% 늘었다.
이들 지주사가 충당금 적립 규모를 확대한 배경엔 악화한 건전성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DGB금융과 JB금융의 경우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이 1%를 넘어선 상태다. 해당 비율은 전체 여신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금융사는 대출채권 상태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구분하는데, 이중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을 묶어 부실채권으로 판단한다. 부실채권은 3개월 이상 연체돼 사실상 ‘떼인 돈’으로 볼 수 있다.
DGB금융의 NPL 비율이 지난 1분기 말 기준 1.30%로 전년 동기 대비 0.27%포인트(p) 오르면서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JB금융은 1.0%로 BNK금융은 0.85%로 각각 0.16%p, 0.33%p씩 상승했다.
계열 지방은행이 내준 대출에서는 중소기업과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커지고 있다. 여신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금리 변동에 취약한 차주 위주로 구성된 탓에 고금리 충격을 크게 받고 있다. 비은행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쌓이고 있다. 대출금리와 건설 공사에 필요한 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다.
특히 우리금융을 제외한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가 올해 충당금 적립 규모를 축소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KB·신한·하나 등 3개 금융지주사의 올 1분기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1조6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3% 감소했다. 그만큼 지역 경제가 고금리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앞으로도 고금리 환경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방금융지주사들의 건전성 관리 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은행장 간담회에서 “물가의 목표 수렴 확신이 지연되면서 금리 인하 시기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증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