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ㆍ자유기업원 이사장
죄지은 정치인들 죄의식 없이 활보
“연예인은 안되나” 그릇된 인식 퍼져
법과 도덕 규칙 지켜야 사회 존속돼
우리는 동네 식품점에 가서 달걀을 살 때 깨뜨려 보지 않는다. 식품점 주인이 상한 달걀을 팔지 않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만약 식품점 주인이 상한 달걀을 팔거나 내가 가짜 돈을 준다면 서로의 신용을 바탕으로 한 거래는 끝난다. 우리가 정직하게 거래하는 이유다.
사회가 지속 가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이 도덕적 규칙과 법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성원들이 도덕적 규칙과 법을 잘 준수하는 사회는 평화롭고, 번영을 이룬다. 그렇지 않은 사회에서는 책임 회피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행동이 만연해 상호 간의 신뢰가 무너져 교환과 생산 활동이 준다. 경제성장과 발전이 저해됨은 물론이다. 궁극적으로는 사회 존속 자체가 위협받는다. 따라서 우리가 약속 위반, 속임수, 절도, 폭행, 살인을 금지하는 일련의 도덕적 규칙 및 법, 그리고 협력, 도움, 친절을 요구하는 일련의 도덕적 규칙을 옹호하고 지키는 것이 사회발전의 기초가 된다.
가수 김호중의 ‘음주운전 및 거짓말’ 사태는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격언을 세차게 일깨주는 한편,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김호중은 사고를 낸 후 아무런 조치도 없이 현장을 떠났다. 나중에 김호중과 매니저는 옷을 바꿔입고 매니저가 거짓 자수를 했다.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훼손하고, 말을 바꿔가며 거짓으로 일관했다. 그사이 지방공연도 두 차례나 강행했다. 결국 김호중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라는 이유로 구속됐다. 그런데도 김호중의 팬들은 그의 불법행위를 질책하기보다는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람들의 존경과 찬사를 받기 위해서는 도덕적 규칙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 성공은 항상 동료 시민들의 호의와 좋은 평판에 달려 있어서다. 동료 시민들의 호의와 좋은 평판은 도덕적 규칙을 지키는 행동 없이는 거의 얻을 수 없다. 따라서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오래된 격언은 언제나 유효하다. 누구나 잘못은 저지를 수 있다. 다만 잘못했을 때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기꺼이 치르려고 해야 한다. 김호중은 그리하지 않고 계속된 거짓으로 그의 명성과 지위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일반적으로 보통 사람들은 결코 법 위에 있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종종 정치인이나 권력자는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다.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은 법 위에 있으려고 하며, 야망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사기, 거짓, 음모와 저속한 술수를 쓴다. 이재명 대표는 백현동 개발 비리, 불법 대북 송금 의혹,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그리고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등으로 무려 9개의 범죄 혐의로 기소되었음에도 ‘개딸’들의 절대적 지지로 대선 후보와 당대표가 됐다.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은 조국 대표는 지지자들에 힘입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다”라며 김호중을 감싸고도는 극성팬들도 문제지만, 사법 당국도 “정치인들은 죄를 지어도 활동을 이어가는데 왜 연예인은 그러지 못하냐”는 그의 팬들의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도덕적 규칙을 위반하고 법 위에 있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성공하기보다는 실패하고, 범죄에 따른 처벌을 받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이고, 정상적인 사회다. 행동이 절대 올바르지 않은 경우에도 질타받지 않고, 훌륭한 덕목들이 오히려 경멸받고 조롱받는 사회는 불공정하고, 부패한 사회로 빠르게 진행된다.
그런 사회에서는 성공과 지위가 능력과 정직이 아니라 무지하고 교만한 권력자들의 어리석은 호의에 좌우된다. 그런 사회에서는 아첨과 거짓이 진실과 능력을 앞선다. 미덕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성공한 사람과 지위가 있는 사람의 악행이나 어리석음을 경멸하지 않고 오히려 추종하는 것은 도덕적 규칙이 무너지는 가장 큰 원인이다. 우리 사회가 망해 가는 지름길이다.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서는 법과 도덕적 규칙이 지켜져야 한다. 우리 모두 법과 도덕적 규칙을 존중하며 행동해야 한다. 특히 정치인과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 모범이 되어야 한다. 평화롭고 번영하는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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