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ner Winner Chicken Dinner(이겼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배틀그라운드(PUBG)’가 출시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수많은 게이머는 여전히 이 한 문장을 보기 위해 치열한 생존 경쟁에 임하고 있다.
크래프톤 역시 올해 1분기 치열한 게임업계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올해 1분기 크래프톤 영업이익은 3105억 원으로, 넥슨을 제치고 국내 게임사 영업이익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크래프톤의 영업이익 1위 뒤에는 지금의 크래프톤을 있게 한 대표 IP(지식재산권) PUBG: 배틀그라운드와 ‘배틀그라운드의 아버지’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있다.
올해 출시 7년을 맞은 배틀그라운드는 2022년 패키지 게임에서 무료 전환한 이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와 매출 모두 최대치를 기록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개발에서 크래프톤 상장까지 함께한 ‘배그의 아버지’
1974년생인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경기과학고를 졸업한 뒤 1992년 카이스트에 입학해 전산학과를 졸업한 뒤, 전산학 석사와 전산학 박사학위 모두 카이스트에서 받은 공학도, 개발자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게임개발사 넥스트플레이의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테크니컬 디렉터를 역임했고, 이후 2009년 지노게임즈로 자리를 옮겨 CTO와 개발 프로듀서를 맡았다.
2015년 블루홀이 지노게임즈를 인수하게 되면서, 블루홀지노게임즈의 개발 본부장을 맡았던 김 대표는 인수 2년 만인 2017년에 지금의 크래프톤을 있게 한 배틀그라운드를 탄생시켰다. 게임 플랫폼 ‘스팀’을 통해 얼리액세스(미리 해보기) 기간을 거치는 동안, 배틀그라운드는 ‘가장 빠르게 1억 달러 수익을 올린 스팀 얼리액세스 게임’이라는 기네스북 세계 기록 7위를 기록하는 등, 메가 히트를 기록한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3년간 펍지(구 블루홀지노게임즈) 대표이사를 거쳐 2020년 크래프톤(구 블루홀)의 대표로 선임됐으며 2021년에는 크래프톤의 상장을 이끌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첫 3년의 임기를 마치고, 다시 3년 임기로 재선임되며 현재까지 크래프톤을 이끌고 있다.
◇너무 높은 ‘배그 의존도’…새로운 먹거리 찾아야
크래프톤을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배틀그라운드 원툴’,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과로 인해 지금의 크래프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높은 의존도는 약점으로 지적된다. 배틀그라운드의 성적에 따라 매번 회사 실적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물론, 성장성도 담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출시한 게임들이 고배를 마시며, 크래프톤은 여전히 ‘배그 원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배틀그라운드 후속작으로 출시한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 모바일’은 원작 배틀그라운드를 뛰어 넘기에는 부족했다. 2022년 연이어 출시한 ‘문 브레이커’, ‘칼리스토 프로토콜’ 역시 시장의 기대를 받았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스케일업 더 크리에이티브’, “IP 발굴해 크게 키운다”
김 대표는 올해 초 진행한 사내 소통프로그램 크래프톤 라이브 토크(KLT)에서 임직원들에게 “2024년은 ‘스케일업 더 크리에이티브(Scale-up the Creative)’ 전략이 첫 결실을 맺는 해”라며 “크래프톤의 계단식 성장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케일업 더 크리에이티브’ 전략에 대해 “단순히 퍼블리싱 강화가 아닌 IP 발굴부터 스케일업을 위한 시장화 및 개선을 포함하는 관점의 변화”라고 설명한 바 있다. 새로운 빅 IP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동시에, 한 번 획득한 IP는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장기간 성장하는 서비스로 만들어 내 회사를 계단식으로 성장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크게 5개의 게임 라인업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4월 대규모 이용자 테스트를 완료한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필두로 지난해 지스타에서 큰 관심을 모은 실사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 인디 게임 ‘딩컴 모바일’, ‘프로젝트 블랙 버짓’, 원노운월드 스튜디오의 인기 IP ‘서브노티카2’ 등이 대표작이다.
특히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5일 간 진행한 첫 대규모 테스트에서 총 누적 플레이 시간 337만 분을 넘겼고, 테스터 대상 설문 조사에서 ‘게임이 정식으로 출시되면 다시 플레이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이용자가 전체 97%에 달하는 등 긍정적인 성과를 올렸다. 인조이 역시 ‘심즈’가 독식하고 있는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시장에서 ‘초실사’라는 키워드를 통해 독자적인 포지션을 구축해 게이머들을 공략할 예정이다.
◇인도, AI 등 새로운 시장 적극 공략
크래프톤은 인도와 인공지능(AI) 기술 등 새로운 시장을 적극 공략해 산업의 판도를 바꾼다는 계획도 내세우고 있다. 김 대표는 “인도는 세계 1위의 인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국가”라면서 “인도 시장의 성장을 함께 하기 위해 게임 이외의 유관 사업에 대한 투자 및 신규 사업 또한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 게임사들이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 시장이나, 최근 콘솔 게임 등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는 북미 시장 뿐만 아니라, 인구 세계 1위 인도를 적극 공략해 인도 내 퍼블리싱 1위 자리를 선점하겠다는 계산이다. 크래프톤은 이미 지난해 5월 인도에서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 서비스를 재개하며 누적 매출 1억 달러를 돌파한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인도 구자라트 주 정부와 e스포츠 및 게임 생태계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4월에는 인도 리더십 커뮤니티 ‘YPO 뭄바이 대표단(YPO Mumbai Connect)’이 크래프톤 서울 본사를 방문해 인도 게임 시장 성공 사례와 AI 기술 전략 등 게임 산업의 최신 트렌드에 대해 논의하는 등 인도와의 파트너십을 견고히 하고 있다.
지난해 높은 연구실적을 보인 AI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도 더욱 늘려 이달에는 AI·SW 분야에서 두 자릿수 신규 채용에 나서는 등 연구 개발 및 게임 도입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주가 회복 중이나 갈 길 멀어…‘은퇴 각오’ 통할까?
크래프톤 주가는 2021년 11월 최고가 58만 원을 기록한 후 지난해 10월 14만5900원까지 하락한 바 있다.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1조9106억 원)을 기록하며, 최근에는 주가가 25만 원 대까지 회복됐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증권가 전망은 엇갈린다. 지난달 30일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배틀그라운드의 매출 성장에 따른 이익 추정치 상향이 동반되고 있어, 최근 주가 상승에도 벨류에이션 부담이 적다”며 “크래프톤 주가는 상반기 꾸준히 우상향하며, 신작 모멘텀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같은날 신한투자증권은 이미 자사주 매입과 호실적 등이 주가에 반영된 만큼, 상승을 이끌 재료가 부재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주주들은 지난해 3월 김 대표의 재선임이 결정된 주주총회 당시 주가 하락에 대한 지적을 하기도 했다. 당시 크래프톤 주가는 16만 원 대로 최고가의 1/3 수준이었다. 이에 김 대표는 “재선임된다면, 지금까지 쌓은 회사와 개인의 역량이 임기 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향후 임기 3년 동안 무능함이 지속된다면, 그전에라도 은퇴할 각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각오처럼 올해 본격화하는 ‘스케일업 더 크리에이티브’와 김 대표의 리더십이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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