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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인공지능(AI) 관련주,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수혜주 등 극히 일부 업종만 부각하면서 유가증권시장 거래 대금이 코스닥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실질적인 글로벌 AI 공급망 편입주가 SK하이닉스(000660) 외에 전무한 수준인 데다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들도 자동차·금융주 등에만 몰려 있어 한 동안은 코스피 대형주 위주로만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31일까지 코스피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10조 8824억 원으로 코스닥(10조 1793억 원)보다 7031억 원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의 경우 2차전지 열풍을 업고 코스닥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10조 246억 원)이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9조 6027억 원)를 뛰어넘었던 점을 감안하면 투자 환경이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더욱이 코스피와 코스닥 간 거래대금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벌어지는 분위기다. 코스피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지난 1월만 해도 8조 8749억 원에 그쳐 코스닥(10조 4961억 원)보다 1조 6212억 원이나 더 적었다. 그러다가 글로벌 증시에 AI 이슈가 확산하고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기대를 키우기 시작한 2월에는 코스피의 거래 대금이 11조 3423억 원으로 늘어 코스닥(11조 803억 원)을 추월했다. 이후 총선 마무리로 중소형 선거 테마주까지 사라진 4월에는 코스피 거래 대금은 11조 1589억 원으로 코스닥(8조 9627억 원)보다 2조 1962억 원이나 많았다. 4월 18일부터는 코스피 거래 대금이 올해 연간 누적으로도 코스닥을 처음 넘어섰다. 코스피 거래 대금은 지난달에도 코스닥(9조 2393억 원)보다 2조 4664억 원 많은 11조 7057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31일에는 코스피 거래대금이 15조 4522억 원에 달해 코스닥(9조 6216억 원)보다 5조 8306억 원이나 많았다.
투자 전문가들은 올해 세계 증시를 휘젓는 투자 업종으로 AI가 부상하면서 당분간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미 미국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을 납품하는 SK하이닉스 외에도 국내 증시에서 그나마 AI 주도주로 떠오를 기미를 보이는 종목들은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등 대다수가 대형 상장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경우에도 자동차, 은행, 보험 등 주주환원 여력이 큰 종목들이 주목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와 환율 등 글로벌 거시지표의 영향이 아직 크다는 점도 증시 자금이 대형주 거래에 집중적으로 몰리게 한 요인으로 꼽았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가 장기화하고 첫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기초 체력(펀더멘털)이 양호한 대형주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중소형주는 금리 민감도가 높아 인하 시기가 구체화될 때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에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금융·자동차·지주회사 등 대형주 중심의 강세 흐름이 나타났다”며 “중소형주는 4분기로 예상되는 거래소의 ‘부실기업 퇴출 요건 완화 방안’ 발표에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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