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에 대체거래소(ATS)발 자본시장 IT인프라 재편 바람이 불고 있다. 내년부터 국내 증권시장 초유의 거래소 경쟁 체제가 도입되면서 증권사마다 투자자에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주문을 실행하는 최선집행 의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 새로운 기준을 자동으로 이행할 수 있는 솔루션 도입부터 이를 구현할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길게는 원장시스템까지도 대대적 재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는 지난달 스마트오더라우팅(SOR) 솔루션 1차 개발을 마치고, 현재 국내 7개 증권사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SOR솔루션 도입을 준비하는 각 증권사는 현재 투자자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공할 수 있는 최선집행기준을 마련하는데 한창이다.
최선집행의무는 각기 다른 시장에서 나온 호가를 투자자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처리하기 위한 기준이 된다. 만일 증권사 내부적으로 특정 시장을 선택했다면 그 이유 역시 기준에 명시해야한다. 적합한 기준을 수립해 주문을 집행하는지 여부를 3개월마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점검을 받아야 한다.
각 증권사 전략실에서는 최선집행 기준이 향후 복수시장 체제에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비중을 늘릴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예컨대 아직 시장에 수요가 형성되지 않은 호가를 새롭게 만든 투자자의 주문을 잔량 기준으로 어느 시장에서 먼저 체결해줄 것인지, 거래량을 기준으로 체결해줄 것인지 등에 따라 거래에 따른 손익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현재 넥스트레이드와 테스트를 진행하는 7개 증권사 역시 전략 노출을 경계하면서 시스템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
키움증권이 자체 SOR솔루션을 도입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복수 거래 체제에서도 브로커리지 시장에서의 우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회사 내부에 SOR솔루션 TF를 구성해 자체 개발에 한창이다. 솔루션 도입에 따른 비용 절감은 물론 넥스트레이드나 코스콤을 통한 서비스와는 다른 전략을 시도할 수 있어서다.
코스콤 역시 SOR솔루션 개발을 마쳤다. 코스콤 SOR솔루션은 중소형 증권사가 주요 공략 대상이다. 이미 코스콤이 중소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종합원장관리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이와 원활한 연계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한 증권사 IT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 가운데서도 내부 시스템의 여건 상 넥스트레이드가 아닌 코스콤의 SOR솔루션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향후 회사의 디지털 혁신 내지 신사업 방향에 따라 원장시스템과 SOR시스템을 별도로 가져가야 할지 여부를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물론 여전히 ATS의 성공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키움증권처럼 복수 시장 체제를 시장 확대 기회로 삼아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는 증권사가 있는가 하면, 시장 안착 여부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으로 갈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이 열리던 당시 직접시장접속(DMA)을 통해 고빈도매매가 크게 활성화됐던 것과 같이 니치마켓이 크게 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향후 토큰증권거래부터 다양한 거래 방식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투자에 나선 증권사에게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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