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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간처럼 조용하다는 말을 들었던 한국은행이 핵심 자료를 외부에 공개하면서 시장과의 소통을 늘리고 있다. 한은 안팎에서는 이창용(사진) 총재가 국제통화기금(IMF) 재직 경험과 현장에서 경험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도 등을 바탕으로 한은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은은 1950년 창립 이후 한은이 생산한 주요 문건과 발간물 등 총 1만 여 건의 자료를 국민이 인터넷에서 쉽게 열람할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를 3일 개관한다고 2일 밝혔다. 아카이브에는 근대 중앙은행 제도 연구를 위해 수집한 조선은행 당시의 자료도 일부 포함돼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은은 지난달 31일 있었던 ‘BOK 콘퍼런스’에서 한국의 실질 중립금리가 -0.2~1.3% 범위에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중립금리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중립금리는 물가를 자극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정책금리로 통화정책의 근간이 된다. 시장 입장에서는 중립금리를 알면 향후 기준금리 방향에 대한 추측이 가능하다.
한은은 4가지 모형의 산출 결과를 단순 범위로 제시했지만 그동안 베일에 쌓여 있던 한국 경제의 중립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한은 내부에서는 중립금리를 공개하면 시장이 오해할 수 있다며 상당히 부담스러워 했지만 이 총재가 콘퍼런스 핵심 내용의 외부 공개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디지털화폐(CBDC) 분야에서도 적극적이다. 김동섭 한은 디지털화폐기획팀장은 지난달 말 열린 ‘비트코인 서울 2024’에 연사로 참석해 CBDC가 금융 인프라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8월부터 분기별 경제전망 수치를 발표한다. 분기 단위 전망치가 나오면 시장은 한은이 예상하는 성장과 물가 경로를 보다 상세히 엿볼 수 있다. 연준의 방식을 따라가는 것으로 한국의 통화정책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다. 한은의 고위관계자는 “이 총재가 금융통화위원들에게 외부 소통을 늘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한국 경제와 사회에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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