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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이복현 금감원장 “금투세, 유예 아닌 폐지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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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앞서 금투세 도입을 또 유예하는 건 비겁한 결정이고,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데 이어, 다시 시행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원장은 지난달 31일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시장전문가 등 간담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단순히 지금 시장이 시끄럽다고 금투세를 유예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금투세가 시작되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런 점들이 제도 설계 과정 때 다 고려됐는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금투세는 주식과 같은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해 5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20%(3억원 이상이면 25%) 과세하는 제도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도 있다는 기조 아래 문재인 정부 때 국회를 통과해 원래 지난해부터 시행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식시장 침체 우려로 여야가 합의해 시행 시점을 2025년으로 2년 연기했다.

추가 조치가 없으면 금투세는 내년부터 시행된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가 시행되면 한국 증시에서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갈 것이란 이유를 들어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부자 감세’ 논리를 내세워 예정대로 내년에 시행해야 한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 원장은 금투세가 예정대로 시행되면 해외 주식으로 쏠림이 심해지고 장기 투자보다 단기 매매를 부추길 요인이 크다고 봤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월 3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문수빈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월 3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문수빈 기자

ㅡ금투세가 시행되면 연말정산 공제와 건강보험료 측면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세금 부담이 커진다는 얘기가 있다.

“100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을 경우 기본 공제에서 제외된다는 점이 금투세 제도 설계 단계 때 깊이 고민이 안 됐다는 의견이 있었다. 금투세 도입 시 다양한 효과를 분석하려고 노력 중이다.

특정 증권사 분석 결과, 기본 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이 몇천, 몇만 명이 될 수 있다는 자료도 나왔다. 특정 증권사가 아니라 모든 투자자를 대상으로 넓혀 생각하다 보면 기본 공제에서 빠지는 사람들이 몇십만 명이 될 수 있다. 금감원 내부적으로 분석해서 관련 자료들이 정리되면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간담회 논의에서 시장 전문가들이 건보료도 우려했다. 프라이빗뱅커(PB)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들이 관리하는 고객을 접촉한 결과 불확실성 때문에 국내 주식을 일부 정리한 분도 있었다고 한다. 금투세가 그대로 시행되면 해외 주식으로 쏠림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또 단기에 주식을 처분할 가능성도 크다. 이익이 나도 손실을 인식하면 금투세를 안 내도 되는 상황이라, 투자자가 만기 보유하거나 장기 보유할 수 있는 주식 등을 단기간에 처분할 가능성이 크다. 운용과 브로커리지 업계에선 금투세는 장기 투자보다 단기 매매 내지는 환매를 촉발할 요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ㅡ세금과 관련된 건 금감원이 아닌 기획재정부의 소관인데.

“(금투세 문제는) 상류의 폐수가 하류로 흘러가면서 저희가 경작하는 들판에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걸로 비유할 수 있다. 금투세가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다.

금투세 도입 당시 적절한 세수 확보 목적과 과세 형평성, 합리성을 고려하신 걸로 안다. 내용을 보고 수긍도 많이 했다. 다만 실제로 그 제도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생각해야 한다.

과거 부동산 관련 세제도 선의로 설계됐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행태는 예상을 못했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거라 했지만 가격 상승 결과를 낳았다. 제도가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좁다면 예측이 상대적으로 쉽고, 오류가 있어도 부작용이 크지 않다. 하지만 자본시장은 워낙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곳이고 각각의 행태를 예측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금투세 제도가 시장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등 다양한 요소들이 2019년 도입 제안 당시에 논의가 됐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 그사이 금리 상승기에 채권 투자가 늘어나는 등 많은 환경 변화가 있었다.

금감원은 금투세 폐지 후 전면 재검토가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도입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효과를 분석해 상세한 파인튜닝(미세 조정), 구체적인 조정이 필요한 건 아닌지 우리가 의견을 드릴 수 있다.

이미 국회, 개인 투자자, 이해관계자 등 금투세 관련한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 문제를 구체화해서 끌고 가지 않으면 시장 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상속세도 마찬가지다. 상속세도 그 자체야 큰 목적이 있지만, 중견기업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기업별로 창업주가 후대에 경영권을 물려주는 일들이 많이 벌어질 상황에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해야 한다.”

ㅡ금투세 도입 논의 당시 과세 대상은 1%였는데, 최근 기준으로 추산된 데이터가 있나.

“해당 수치는 과세당국이 확인해야 한다. 제가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 다만 방향성 측면에서 주식시장 참여자 수, 채권 투자자 등이 늘었고 이들의 포트폴리오에서 투자 비중도 늘었다. 와중에 기준금리가 오른 걸 고려하면 수치를 다시 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세당국에서 요청한다면 도와드릴 수 있는 자료를 뽑겠다.

‘과세 대상이 얼마나 되냐’의 문제도 있지만, 과세로 인해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들여다봐야 한다. 한 투자자가 (과세 기준인) 5000만원 이상을 벌었다면 순순히 세금을 내기보다는 다른 손실 주식을 팔아서 손실 합산을 통해 과세 대상에서 피해가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시경제적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본인이 과세 대상이 아닌 사람도 과세를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단기 매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시장 불확실성에 노출된다.

상당히 확정적인 소득이 예상되는 것에 대한 과세는 예측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성장주는 배리에이션(주가 변동 폭)이 아주 크다. 배리에이션이 훨씬 적은 곳에 투자해서 100만원 번 것과 리스크를 감수하고 성장주에 투자해 100만원 번 것을 똑같이 생각한다면 투자자는 위험자본 투자보다 회수가 확실시 되는 곳들에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의 특성, 행위자의 심리적 동기가 고려돼야 한다.”

ㅡ개인 투자자 사이에선 금투세 시행 배후에 사모펀드가 있다는 루머가 있다.

“간담회에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분들도 왔다. 사모펀드는 만기까지 가져갈 경우 보유과세를 맞을 수 있어서 사모펀드 시장 리스크가 크다고 말하는 분들이 훨씬 많았다. 지금 있는 규제의 틀 안에서 국내 주식을 가져가는 부담이 커지면 사모펀드는 해외 포트폴리오를 늘릴 것이다. 그럼 해외 사모펀드가 유리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당국의 해석으로 확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개인 투자자의) 과도한 심리적 불안 조성이나 걱정은 단계적으로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ㅡ‘금투세 유예는 비겁하다’고 했었는데, 해당 입장에 변화가 없나.

“금투세 시행 유예를 결정했을 때 시장 영향을 더 검토하고 어떤 걸 보완할지, 시장 효과를 어떻게 할지, 그런 고민을 했더라면 지금 더 생산적 논의를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일각에선 만연히 제도를 유예하자는 의견도 있었던 걸로 안다. 진지하게 논의의 장을 열어서 향후 단계적으로라도 ‘어떻게 하겠다’는 발표로 시장이 예측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단순히 지금 곤란하고 시끄러우니 유예한다는 건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않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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