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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섬 49층 생숙, ‘유령의 집’ 될 판…엉터리 제도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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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생숙 같은 건축물을 텅텅 비도록 방치할 게 아니고, 효율적으로 쓰도록 해야 합니다. 주택 잣대를 계속 엄격하게 들이댔다간, 땜질 대책과 세금 낭비만 남아요.”(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땅집고] 현대건설이 경기도 안산에 선보인 지하 2층~최고 49층, 8개 동, 2554호실 생활숙박시설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 인테라스'1차 완공 후 예상 모습./현대건설

서울에서 한 시간 반가량을 차로 달리면 도착하는 경기 안산 반달섬. 고층 건물 수십 채가 줄줄이 지어지고 있다. 언뜻 보면 테라스를 갖춘 고층 아파트 같지만, 부동산 규제·시장 침체로 ‘아파트 대체 상품’에서 애물단지가 된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이다. 2021년 정부가 갑작스레 규제를 가하면서 주거용으로 쓸 수 없게 되면서 인기가 급감했다.

가장 규모가 큰 곳은 2554호실 규모 ‘힐스테이트라군인테라스1차’로, 2025년 4월 준공 예정이다. 현재 저층부를 마치고 중층부 공사가 한창이다. 2020년 평균 경쟁률 7.43대 1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계약금 포기·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매물도 안 팔릴 정도로 인기가 급감했다. 이곳에는 앞으로 또 49층, 총 1191호실 규모 ‘힐스테이트라군인테라스2차’가 들어선다. 규제가 생긴 이후 분양한 탓에 1차와 달리 3년째 미분양 상태다.

현장에선 이런 생숙을 그대로 방치했다간, 자칫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한다는 잿빛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올 10월까지 숙박업 등록을 하지 않으면 생숙 소유주에게 공시지가 대비 10% 수준의 이행강제금 부과한다. 전국에서 9만6000호실 생숙이 공급된 가운데 4만9000실(51.6%)은 숙박업 미등록 상태다.

지자체는 집집마다 방문해 주거사용 증거를 확보한 뒤 1·2차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사전 고지 이후 실제 부과·징수할 수 있다.

[땅집고] 생활형숙박시설 관련 논란 일지. /김서경 기자

■ 안산 반달섬 7000호실 빈집 나올 처지

2012년 주거와 숙박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부동산’으로 도입된 생숙은 전국에서 우후죽순 등장했다. 그러나 부동산 광풍이 불면서 아파트와 오피스텔에 이어 규제 대상이 됐다. 2021년 10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생활숙박시설이 각종 주택 규제에서 벗어나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국토부는 2023년 10월 이후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되, 올 연말까지 부과 시점을 유예한다고 했다.

생숙이 시장에 풀린 지 10년 만에 규제가 가해지면서 이로 인한 부작용이 하나 둘 나타났다. 2014년 준공된 ‘해운대에이치스위트’는 소급된 정책으로 인해 ‘불법’ 낙인이 찍힐 처지에 놓이자, 2023년 가구 당 수백만원 비용을 들여 공사한 끝에 건축물 용도변경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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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구멍 뚫어냈다…해운대 생숙4가구, 오피스텔 용도변경 성공

[땅집고]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들어선 생활숙박시설 '롯데캐슬르웨스트' 공사 현장, /김서경 기자

■ 슬럼화 뻔한데, 해결 방안이 없다…용도변경·준주택·숙박업 ‘글쎄’

대부분 생숙은 용도변경도 어렵다. 준공 전 생숙을 오피스텔로 바꾸려면 전 호실 수분양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 동의율은 100%다. 일부 수분양자는 이를 독소조항이라고 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롯데캐슬르웨스트’ 계약자 송민경씨는 “계약자 99%가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원하지만 미준공 단지라서 1%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준주택 인정 외에는 주거권을 인정받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국토부는 주택 기준에 부합하면 준주택 인정을 고려할 수 있으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건축물까지 준주택 범주에 포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숙박업 등록을 위해서는 30호실 단위로 묶어 위탁사에 맡기거나 소유주가 법인 설립을 해야 한다. 사실상 ‘분양형 호텔 2탄’인 셈이다. 숙박업 미등록 생숙은 부수는 것 외엔 답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주거 목적으로 분양받은 사람들은 ‘사기 분양’을 주장하고 있다. ‘롯데캐슬 르웨스트’ 수분양자 416명은 최근 법원에 시공사와 분양대행사, 시행사를 상대로 계약 취소를 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 이행강제금 부과 위해 증거 수집 나서나…경기도 “문제점 해결해야”

하반기엔 논란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정부가 이행강제금 부과 시기 유예가 올해 말로 끝나 지자체는 이행강제금 부과를 강행할 수 있다. 지자체 공무원이 전 호실을 방문해 공과금 및 사용 내역 등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일선 공무원들의 업무가 더욱 과중해질 수 있다.

PF시장에서 대출 사고가 터진다는 우려도 있다. 롯데건설은 8월 준공인 ‘롯데캐슬 르웨스트’를 비롯해 복합시설 등에 대한 1조6060억원(2023년 12월 기준) 규모 PF 대출을 일으켰다. 올 8월 준공인 ‘롯데캐슬 르웨스트’ 분양대금이 약 1조4000억원임을 감안하면, 분양대금으로 PF 대출금을 정리하는 셈이다. 그러나 2021년 생숙 규제가 생기면서 생숙 대출 한도·금액이 대폭 줄었고, 현재 수분양자들은 잔금 납부가 어렵다.

안산 반달섬·시흥 거북섬처럼 생숙이 무더기로 지어진 곳에서는 도시 슬럼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숙박업 등록을 마친 생숙은 관리인원이 상주할 필요가 없어 범죄·안전 사고의 발생지가 될 수 있다.

[땅집고] 2024년 4월 3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생활숙박시설 문제 해결을 위한 시군 합동 전략회의에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경기도청

경기도는 올 하반기 ‘생숙 사전검토제’를 도입한다. 소유주를 대상으로 숙박업 신고 또는 용도변경 가능 여부를 확인해 불법 사용을 줄인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소유주가 원하는 방안대로 추진이 어려울 경우 문제점을 찾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 생활숙박시설- 오피스텔 용도변경 현황. /김서경 기자

■ 전문가 “유령 건물 방치 국가 손해, 효율적으로 써야”

일각에서는 수요가 증가하는 노인복지주택으로 쓰자는 의견도 제기되지만, 이 역시 준주택 인정을 전제로 하므로 불가능하다. 노인복지주택은 2011년 오피스텔, 기숙사 등과 준주택이 되면서 생숙보다 촘촘한 건축 규정을 적용받는다.

전문가는 사회가 발전하면서 건축물 종류·조건이 달라진다며, 생숙과 지식산업센터 등 유령건물로 전락한 건축물에 대해 유연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부동산과 세금이 워낙 맞물려 있어 정부가 일률적 기준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이로 인해 세금 낭비 등 부작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는 “전세사기·경기 침체로 빌라·오피스텔 공급이 줄면서 전세가가 올랐는데, 1기 신도시 재건축으로 인해 또 전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기준에 부합하는 생숙을 주택 대체재로 쓰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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