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시즌이 시작되며 국내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HD현대의 조선 분야 중간 계열사인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정년 연장 및 ‘타임오프제(근로시간 면제 한도제)’, 한화오션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지급 여부를 두고 의견 차이가 발생한 만큼 쉽지 않은 줄다리기가 예고된 바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역시 현장 근로자 노조 결성 이후 처음 협상 테이블에 앉는 만큼 신중한 결정이 요구되는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3사가 상반기 실적·수주 등 전반적으로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 만큼 이번 협상만 잘 넘길 경우 하반기, 그리고 그 이후로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은 높다 보고 있다.
1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한화오션 노동조합)는 지난 30일 경상남도 거제시 거제사업장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 돌입했다. 노조 측은 아직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들어간 옛 명칭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번 임단협은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오션으로 새롭게 출범한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향후 매년 있을 협상 난이도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양측이 RSU 지급 여부를 두고 의견 격차가 벌어져 있는 만큼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RSU는 한화그룹이 임원들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제도로, 성과에 따라 현금과 주식의 형태로 포상을 지급한다.
한화그룹은 과거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당시 ‘목표 달성 시 성과급을 RSU 방식으로 지급하겠다’라고 약속한 바 있는데, 노조 측이 이를 ‘인수 달성에 따른 위로금’으로 해석하고 있는 반면 회사 측은 작년 하반기 기준 경영 목표 달성 여부로 보고 있기 때문.
지난해 한화오션은 매출 7조4083억원, 영업손실 1965억원으로 적자 탈출에 실패, 수주 목표치도 지난해 말 기준 69억8000만달러의 57.3%인 약 40억달러 달성에 그쳤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 측이 말을 바꿨다며 기준 임금 300%에 해당하는 RSU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HD현대는 상견례 미루기도… 관건은 ‘타임오프제’?
HD현대그룹 조선 3사(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HD현대미포) 노사는 지난 28일 시작하기로 했던 임단협 교섭 상견례를 오는 6월 4일로 미뤘다.
회사에 근무하지 않고 노조 업무에만 전념하는 ‘노조 전임자’의 활동 중 일부를 근무로 인정해 급여를 지급하는 ‘타임오프제’ 시행 관련 견해차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해당 제도는 지난 2009년 말 노사정 합의를 기점으로 국내에 도입돼 2010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문제는 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 고용노동부에서 시행한 근로 감독에서 법적 기준인 11명을 초과한 40명의 노조 전임자를 둔 것이 적발되며 시정 명령을 받았다는 점.
만약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HD현대중공업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되는데, 사측에서 법적 기준 초과 인원인 29명에게 현장 복귀를 요구하자 노조 측에서 이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회사 측은 해당 이슈의 해결 없이는 원활한 상견례가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노조 측에서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65세로 늘려 달라 요구하고 있는 점에도 회사 측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노조 측은 조선업 호황기인 만큼 이를 수용해야 한다 주장하고 있으나, 회사 측은 흑자전환을 이뤄낸 지가 얼마 되지 않는 데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은 아직 회사 측에서 노조에 요구안을 전달하지 않아 협상이 시작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해 7월 창립 50여년 만에 최초로 현장 근로자 중심의 노조가 결성되기도 한 만큼, 업계에서는 한화오션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노사관계 설정의 분수령을 맞아 협상 난도가 다소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노조 측은 현재 흑자에 대한 이익공유를 중요 기치로 내걸고 있기도 하다.
다행히 수주·전망 좋아… “협상만 잘 끝나면 만사 OK”
다만 업계에서는 노사간 합의만 잘 이뤄질 경우 조선 3사가 최근의 상승세를 하반기는 물론 그 이후까지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3사는 넉넉한 수주 잔고,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 선별 수주 등을 통해 지난해부터 돋보이는 실적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올해 1분기에는 13년 만에 동반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본디 세계 선사들의 선박 교체 주기에 맞게 오는 2030년경 도래할 것이 예상됐던 조선업계 초호황기인 ‘슈퍼 사이클’이 10년가량 앞당겨진 점도 호재. 이는 지난해 유럽에서 해운 분야 탄소 배출 관련 환경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인데, 친환경 선박의 경우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국내 선사들이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어 전 세계의 수주를 쓸어 담을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는 지난해 세계 조선소들이 새로 수주한 물량 가운데 40% 이상이 대체 연료 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선박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길어지는 홍해 테러이슈와 미국의 중국 조선 제재 이슈 등은 있지만 이미 수주 목표를 달성한 기업들이 많다”라며 “친환경 선박에 대한 시장의 요구는 강화될 것이고 이산화탄소 운반선이라는 새로운 먹거리 기회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수주잔고도 든든하다. HD현대그룹의 조선 계열사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 3사)은 현재까지 연간 수주 목표인 135억달러(약 18조6070억원)의 83.9%를 상반기 중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사의 수주량은 총 98척(해양 설비 1기 포함)으로 113억3000달러(약 15조5770억원)이며, 심지어 HD현대삼호·HD현대미포는 올해 상선 수주 목표를 이미 초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중공업은 같은 기간 총 18척을 수주해 목표치인 97억달러(약 13조3734억원) 중 39%(39억달러, 약 5조3770억원)를 달성했다. 선종별로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5척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2척 △셔틀탱커 등 1척에 해당한다. 한화오션 역시 올해부터 연간 수주 목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1분기 말 기준 총 17척, 33억9000달러(약 4조6765억원)어치를 수주했다.
3사의 장기적 수주 물량도 차고 넘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우선 HD한국조선해양은 3년~3.5년가량의 일감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의 수주잔고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298억달러(약 41조1300억원)로 약 3년치에 해당하며,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 4월 말 기준 331억달러(약 45조7000억원)로 약 2.5년~3년 치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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