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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지원” vs “특혜 없었다”… SK의 이동통신 성장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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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1조3808억원의 재산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분할해주라고 판결하면서 SK그룹의 성장사(史)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재판부는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대 비자금과 무형적 지원이 SK그룹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난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과 20억원의 위자료를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하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 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의 변호인단은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으며,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루어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1993년 1월 5일 노태우(왼쪽) 당시 대통령과 김영삼 차기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조선DB
1993년 1월 5일 노태우(왼쪽) 당시 대통령과 김영삼 차기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조선DB

2심 재판에서는 노 관장의 모친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 온 선경건설 명의의 50억원 어음 6장의 사진이 새로운 증거로 제시됐다. 노 관장 측은 1990년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가운데 약 300억원이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전달됐고 이 자금이 1992년 증권사 인수,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주식 매입 등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은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 활동비를 지원하기 위해 (약속의 의미로조로 같이을 위해) 건넨 어음”이라고 반박했다.

SK텔레콤은 SK그룹이 재계 서열 2위로 성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계열사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1980년 유공을 인수한 이후 정보통신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선경텔레콤(1991년)을 설립했고, 1992년 사명을 선경텔레콤으로 변경했다. 이후 노태우 정부 시절이던 1992년 4월 체신부가 제2 이동통신 민간사업자 선정계획을 발표하자 선경은 사업자 경쟁에 참여했다.

포항제철, 코오롱, 쌍용 등 6개 컨소시엄이 경쟁했고 심사결과 1만점 만점에 8388점을 얻은 선경이 그해 8월 사업자로 선정됐다. 2위 포항제철(7496점), 3위 코오롱(7099점)과는 큰 격차였다.

1992년 8월 20일 송언종 당시 체신부 장관이 이동통신신규 사업자로 선경을 최종 선정했다. /조선DB
1992년 8월 20일 송언종 당시 체신부 장관이 이동통신신규 사업자로 선경을 최종 선정했다. /조선DB

그러나 김영삼 당시 민주자유당 대표는 “현직 대통령의 사돈기업에 사업권을 부여한 것은 특혜”라고 비판했다. 이에 최종현 선대회장은 “특혜시비를 받아가며 사업을 할 수 없다. 오해 우려가 없는 차기 정권에서 실력으로 승부해 정당성을 인정받겠다”며 사업자 선정 일주일 만에 사업권을 반납했다.

제2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은 김영삼 정부 시절 재추진됐는데, 선경은 이때도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사업자 선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김영삼 정부는 1993년 12월 제1 이동통신 사업자(한국이동통신) 민영화와 제2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이 주도해 제2 이동통신사업자를 선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하니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정리하라는 취지였다.

1998년 2월 1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정기총회에 앞서 최종현(왼쪽) 선대회장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조선DB
1998년 2월 1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정기총회에 앞서 최종현(왼쪽) 선대회장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조선DB

최 선대회장은 1993년 2월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된 상태였다. 최 선대회장은 전경련 회장으로서 선경을 제2 이동통신 사업자로 추천할 경우 공정성 시비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어 아예 불참을 선언했다.

대신 막대한 인수자금이 들어가는 한국이동통신 공개 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다. 민영화 발표 전 8만원 대였던 한국이동통신 주가는 30만원까지 수직으로 상승했고, 선경은 한국이동통신 주식을 주당 33만5000원에 인수했다.

이에 대해 선경 내부에서조차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최 선대회장은 “이렇게 비싸게 사야 나중에 특혜시비가 일지 않는다. 회사 가치는 앞으로 더 키워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후 선경은 1995년 사명을 SK로 바꾸고 통신 기술 고도화에 집중했다. 1996년 1월 세계 최초로 CDMA 디지털 이동전화를 상용화하면서 세계 이동통신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작년 말 기준 SK텔레콤의 이동통신(MNO) 가입자 수는 3127만6000명이다. 이 중 5G(5세대) 가입자는 1567만명으로 이동통신업계 1위다.

최 회장 변호인단은 2심 재판이 끝난 뒤 “SK는 당시 사돈이었던 6공화국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했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해왔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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