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안받았다, 오히려 6공 압력 받아” 놓고 대법원서 다툼 벌일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은 대법원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양측이 기업가치 증가와 경영 활동 기여도를 두고 또 다시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판 중에 드러난 비자금 출처와 SK그룹의 6공화국 지원 주장이 새로운 불씨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측 변호인단(김앤장, 로고스, 원)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에 대해 “6공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다”면서 “오히려 SK는 당시 사돈이었던 6공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했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해왔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장인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그룹 측에 전달된 것이 없으며 오히려 반대로 재원 제공 압력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노 관장 측은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비자금’ 카드를 새롭게 꺼내들었다. 1990년대에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중 343억원이 최종현 전 회장과 최 회장에게 전달됐으며 1992년 증권사 인수, 1994년 대한텔레콤(SK(주) 주식의 뿌리) 매입 등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또 ‘전 대통령 사위’라는 후광이 최 회장이 그룹 총수로 올라서는 데 크게 작용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비자금 유입이 된 것은 없으며, 이는 1995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때에도 확인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대통령 사돈 기업’이어서 오히려 불이익을 받았다고 맞섰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이 최 전 회장의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 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도움으로 SK가 커진 것을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로 인정해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당시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 665억원 보다 20배 넘게 늘어난 금액이다.
최 회장 측은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뤄진 판단”이라며 대법원에서 다시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 측이 부정하는 ▲6공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 혜택과, 최 회장 측이 인정하는 ▲6공 압력에 따른 각종 재원 제공 여부를 놓고 양측이 치열한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항소심 재산분할 규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만큼 진실을 가리기 위해 물러서지 않는 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고는 판결서가 송달된 날로부터 2주 내에 해야 한다. 서류 절차가 끝나면 주심 대법관이 정해지고 법리 검토가 시작된다. 회사 주식을 재산 분할 대상으로 볼 것인지가 핵심이기 때문에 대법원 판단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88년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슬하에 세 자녀를 뒀지만 2015년 최 회장이 혼외자의 존재를 알리며 이혼을 발표하면서 파경을 맞았다. 최 회장은 2017년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조정을 신청했으나 합의가 무산되자 2018년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노 관장은 다음해인 2019년 맞소송(반소)을 냈고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 지분 50%를 달라고 요구했다. 2심에서는 재산분할 대상을 주식이 아닌현금 2조원으로 상향했다.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지만, 조 단위에 달하는 재산분할 액수일 경우 최 회장이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분 매각 과정에서 경영권 방어가 취약해질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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