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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밸류업 프로그램… 예쁜 보고서 만들기 대회로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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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월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뉴스1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월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뉴스1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소하고자 마련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심하는 시선이 계속 나오고 있다. 설계 때부터 공시 규정이 촘촘하지 않고 느슨해 각 사가 자랑하고 싶은 내용만 담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게 현실이 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필수 공시 항목을 정하지 않고 공시 항목은 물론 방식까지 회사 자율에 맡긴 탓이다.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밸류업 공시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상장사의 현황을 진단할 수 있는 지표들을 제시했으나, 특정 지표를 강조하거나 필수 항목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공시 양식도 없다. 상장사는 아래아한글 문서, 파워포인트 등 어떤 형식으로도 밸류업 공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밸류업 공시란 연초부터 추진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회사가 주가를 높이기 위해 알아서 반성문을 쓰라는 게 골자다.

삼성중공업이 5월 17일 '단일판매ㆍ공급계약 체결'을 공시했다./금융감독원
삼성중공업이 5월 17일 ‘단일판매ㆍ공급계약 체결’을 공시했다./금융감독원

정해진 형식이 없다 보니 회사가 원하는 것만 넣을 수 있다. 불리한 건 아예 안 실으면 그만인 것이다. 다른 공시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명확하다. 회사가 타사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를 공시하는데, 밸류업 공시와 달리 이 공시는 양식이 통일돼 있다.

▲체결 계약명 ▲계약 금액 ▲최근 매출액 대비 계약 금액의 비율 ▲계약 상대 ▲계약 기간 등을 정해진 표에 기재해야 한다. 만약 회사가 계약 금액을 명시하지 않으면 해당 칸은 빈칸으로 남는다. 회사가 어떤 항목을 누락했는지 투자자가 바로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필수 공시 항목도, 통일된 양식도 없는 밸류업 공시는 어떤 정보가 빠졌는지 투자자가 알아채기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시장에선 지속가능경영보고서처럼 ‘예쁜 리포트 만들기 대회’가 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경영전략을 담은 보고서다. 밸류업 공시처럼 통일된 양식이 없어 전반적으로 화려한 이미지로 채워져 있다.

키움증권이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목표 자기자본이익률(ROE)·주주환원율·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제시했다./키움증권
키움증권이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목표 자기자본이익률(ROE)·주주환원율·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제시했다./키움증권

밸류업 1호 기업인 키움증권은 목표하는 자기자본이익률(ROE)·주주환원율·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제시했다. 금융위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언급한 ROE와 PBR 목표 수치를 제시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앙꼬가 빠졌다는 시장 반응이 지배적이다. 주주자본비용(COE)이 언급되지 않아서다.

학계에선 COE를 밸류업 공시의 핵심 지표라고 보고 있다. COE는 회사가 주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을 때 드는 비용으로, 투자자 입장에선 기대 수익률에 해당한다.

밸류업의 원조 격인 일본은 COE를 중심으로 증시 활성화 정책을 추진했다. 일본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이름부터 ‘자본 비용과 주가를 의식하는 경영의 실현을 위한 대응’이다.

COE가 중요한 이유는 회사의 상황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라서다. 이 수치는 ROE와 함께 볼 때 시너지가 극대화된다. COE가 ROE보다 큰 회사는 자본을 끌어오는 비용이 회사의 밑천인 자기자본을 굴려 얻는 수익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는 영리 기업으로서의 존재 가치가 없다는 말과 같다.

투자자라면 ROE가 COE보다 높은 회사를 찾아야 하는데, 키움증권처럼 ROE만 제시하면 투자자는 회사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의 금리를 고려하면 국내 기업의 COE는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ROE가 10% 이상은 돼야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얘기다. 물론 이는 업종마다, 회사마다 상황이 다르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교수는 “일본은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하는 경영을 유도하는데 우리나라 밸류업 프로그램은 그렇지 않다”며 “밸류업 공시의 핵심은 자본 비용이며, 이를 담아야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남우 연세대학교 교수 역시 “일본이 거버넌스 개혁에 성공한 요인 중 하나는 자본효율성 파악과 개선 대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라며 “‘어느 기업이 먼저 밸류업 공시를 했느냐’보다 구체적이고 충실한 내용을 공시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KB금융지주와 키움증권은 각각 지난 28일, 29일 밸류업 공시를 냈는데, 양사 모두 자사가 1호라고 밝히고 있다. KB금융지주가 먼저 공시를 하긴 했지만, 4분기 중 공시하겠다는 안내 공시여서 키움증권이 1호라는 게 키움증권 측 입장이다. 두 회사는 모두 공시 이후 주가가 올랐다. 키움증권은 29일과 30일 각각 2.94%, 2.55% 상승했다. KB금융지주도 밸류업 공시일을 포함해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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