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M&A시장에서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가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3대 PE인 EQT는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는 칼라일, KKR같은 곳과 비교해 존재감이 크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조 단위 대형 딜에서 EQT의 이름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EQT는 LG전자의 H&A사업본부 에어솔루션사업부 소수지분 매각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대상 및 조건 등 구체적인 윤곽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거래 규모는 2조~3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EQT 외에도 KKR이 국내 대형 은행과 손잡고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QT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계열 PE다. 발렌베리 가문은 약 160년간 5대에 걸쳐 내려오며 북유럽에서 가장 존경 받는 명문가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마르쿠스 발렌베리 회장이 이끌고 있으며, 투자 지주사 인베스터AB를 통해 완성차 업체 사브, 일렉트로룩스, 에릭슨,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EQT의 인지도는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 그리 높지 않았다. 지난해 7월 SK쉴더스를 인수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긴 했지만 손꼽을 만한 ‘빅딜’들에서 EQT의 이름이 거론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요 대형 딜에서 EQT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태영그룹의 에코비트 매각전(2조5000억~3조원)에 뛰어들 것이라는 설이 나왔으며, 일각에서는 한미약품 오너 일가의 지분을 사줄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다만 한미약품의 경우 임종윤 이사 측이 “EQT라는 이름 자체도 처음 들어본다”며 매각설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EQT는 앞으로도 한국 M&A 시장에서 조 단위 딜이 등장할 때마다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막강한 실탄을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이 위축된 국내 시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다.
EQT가 전세계에서 굴리는 운용자산은 총 2320억유로(약 345조원)에 달한다. 가장 최근 결성한 블라인드 펀드(10호)로 220억유로(약 32조원)를 모았으며, 최근에는 16억달러(약 2조2000억원) 규모의 아시아 바이아웃 펀드도 결성했다. EQT는 올해 1조원 이상의 한국 M&A 딜을 모두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