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 시장에서 30대가 존재감을 다시금 키우고 있다.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 매수에 이어 최근에는 빌라 등 비주택 매입에서도 40대를 제치고 시장의 ‘큰 손’으로 등극했다. 고금리 여파로 가격이 저렴한 비주택과 경매 시장으로 실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하반기 정부 특례대출 대상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30대의 매수세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국에서 30대가 매입한 가구 수는 3만1857가구로, 전국에서 매매된 주택 수의 22.9%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국 주택 매매에서 30대가 매입한 가구 비중이 22.5%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소폭 상승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저가 주택이 집중된 지역을 중심으로 30대의 주택 매입 비중이 더욱 확대됐다. 올해 1분기 서울 주택 거래에서 30대가 매입한 가구 수는 4115가구로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전체에서 거래된 가구 수의 26.4%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1분기 30대의 매수 비중이 23.4%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아파트와 빌라(연립·다세대) 및 단독·다가구주택 매매 모두에서 30대 비중이 확대되면서 전체 주택 매입 가구 수에서 30대의 매입 비중이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매매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2.4%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30.8%(2063건)보다 상승한 수치로, 지난해 4분기의 31.3%보다도 비중이 확대된 것이다. 같은 기간 경기도의 30대의 아파트 매입 비중은 28.2%로 지난해 동분기(30.3%)보다는 낮았지만, 지난해 4분기의 27.1%보다는 높은 수치를 기록해 반등 추세를 이어갔다.
특히 수도권 내 단독·다가구와 빌라를 매입하는 30대의 비중도 늘었다. 우리은행이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1분기 서울 내 빌라 및 단독·다가구 주택 매매에서 30대의 매입 비중은 18.9%로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4.1%p나 상승했다. 40대의 매입 비중인 18.4%를 제친 것으로, 비아파트 거래에서 30대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매입 비중을 기록한 것이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매물이 역대 수준으로 적체된 상황에서, 30대가 가격이 하락한 서울 주요 급지의 빌라나 다가구 주택 등 비아파트 매매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서울 연립·다세대의 지난해 1분기(1~3월) 매매 중위가격은 ㎡당 642만원을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 8월 ㎡당 723만원까지 상승한 중위가격은, 비아파트 매물이 늘며 11월에는 ㎡당 664만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최근 30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유입되며 올해 1분기에는 매매 중위가격이 ㎡당 683만원 수준까지 올랐다.
강남과 용산, 동작 등 비교적 가격대가 높았던 빌라 가격이 최근 빠지면서 30대가 이들 지역 매물에 대한 매수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 우리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경매시장에서도 30대의 거래 비중이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서울 경매 시장에 빌라 매물이 쌓이면서, 우수 입지의 빌라 매물 선점에 나서려는 30대가 늘어난 것이다. 지지옥션 통계를 보면 이달 진행 및 예정인 서울 연립·다세대의 법원 경매 건수는 약 1500건 수준을 기록할 예정이다. 이는 2006년 5월 1470건을 기록한 이후 최다치다.
법원 등기정보 광장 통계에서도 올해 1분기 강제경매 및 임의경매를 통해 집합·일반건물 및 토지 매입 신청에 나선 30대는 2197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강제·임의 경매를 통해 부동산 매입에 나선 전체 신청자(1만4365명)의 15.3%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 1분기 강제·임의 경매 절차로 부동산 매입에 나선 30대가 전체의 11.1%(1124명)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1년 새 경매를 통한 부동산 매입에 나선 30대의 비중이 4.2%p나 상승한 것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내 전세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아파트 매가가 많이 회복된 상황”이라며 “정비사업 호재가 있는 지역이나 정주 여건이 양호한 신축은 비아파트 매물에도 불구하고 수요 유입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에도 특례대출 효과 등으로 30대 비중 유입이 유사한 수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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