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에만 1조2000억
전년 대비 2500억 증가
높아진 자금 조달 비용에
대출금리 낮추기 어려워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채권 발행으로 부담한 이자가 올해 들어 석 달 동안에만 1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 발행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대규모 만기 도래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발행을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는데 여전히 비싼 값을 치르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대출금리가 쉽게 떨어지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올 1분기에 지출한 채권 이자는 1조26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2%(2541억원) 늘었다. 은행은 정기예금 이외에도 장기 대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이 4255억원으로 40.7% 늘어나며 비용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하나은행(2844억원·30.3%) ▲우리은행(2462억원·18.2%) ▲국민은행(3051억원·9.7%)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은행들의 비용 부담이 확대된 것은 발행 채권의 표면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탓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월까지 10차례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같은 해 2월 이후 기준금리가 11차례 연속 동결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발행하는 채권의 금리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국민은행의 지난 1분기 원화 변동금리 채권의 평균 이자율은 3.76~5.40%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3.55~4.09%)과 비교하면 상단이 1%포인트(p) 넘게 오른 수준이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도 원화 채권 이자율 상단이 4.59%에서 6.52%로 2%p 가까이 뛰었다. 우리은행도 6.3%에서 7.0%로 하나은행은 4.22%에서 4.52%로 각각 0.7%p, 0.3%p씩 올랐다.
또 은행들이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만기 도래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발행을 늘린 점도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발(發) 채권시장의 신용 경색으로 시장금리가 치솟는 것을 우려해 은행의 채권 발행을 만기 물량의 100~125%선으로 제한했다.
은행의 채권 발행은 지난해 3월부터 정상화됐으며 같은 해 10월 발행 제한이 폐지됐다. 이에 따라 높은 이연 수요로 채권 발행금리가 상승한 점도 비용 부담을 확대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1분기 은행채 순발행은 마이너스(-) 16조6300억원을 기록했는데 올 1분기에는 –9조8903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은행들이 고비용으로 자금을 끌어오고 있는 만큼, 가계와 기업에 내주는 대출금리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4대 은행이 지난 3월에 새로 취급한 가계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5.35~5.76%를 기록했다. 올 1분기 동안 중소기업에 내준 대출의 평균 금리도 5.24~6.00%를 나타냈다. 가계와 기업대출 금리 모두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기준금리가 인하된다고 해도 1차례 0.25%p 내려가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고금리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출금리가 단기간에 쉽게 내려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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