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재건축에 인센티브 몰아주나
전국 153개 단지, 12만가구 리모델링 추진하는데
리모델링 정책 공백, “사업성 떨어지는 곳은 어떻게”
전국적으로 약 12만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이 추진 중인 리모델링 사업이 정부 및 지자체 정책에서 홀대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지원하는 특별법부터 서울시의 정비기본계획 등에도 재건축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 담기면서 리모델링 지원책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31일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총 153개 단지, 12만1520가구가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재건축 사업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들이 쏟아지면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 중에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을 겪는 곳들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 조합원들은 리모델링 조합을 해산하고 재건축 조합 설립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선도지구 선정을 앞둔 1기 신도시 곳곳에서도 재건축 선회 요구가 터져나오고 있다.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의 한 주민은 “대부분 정책이 재건축 위주다. 모든 아파트들이 재건축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이에 대한 고민이 빠진 것 같다”고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4월 말부터 시행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살펴보면 리모델링에 대한 지원책은 가구수 상한을 현행에서 140% 완화하는 내용 뿐이다.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 15% 이내에서 가구 수를 늘릴 수 있는데, 이를 최대 21%까지 풀어준다는 것이다.
반면 통합 재건축을 진행할 경우에는 안전진단 면제 및 완화, 용적률 상향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받게 된다.
서울시도 재개발·재건축 위주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30일 서울시는 ‘2030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재정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민공람을 거쳐 올해 9월 최종 고시된다.
2030 기본계획에는 지난 3월 발표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원 방안’에 담겼던 사업성 보정계수 및 현황용적률 인정 등 내용이 포함됐다. 사업성이 낮고 용적률이 높은 단지에도 재건축의 길을 터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건축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공사비와 인건비가 급격히 상승하는 등 재건축도 추진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단지별로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모든 공동주택에 대한 정비를 재건축 위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공백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크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재건축 관련 인센티브가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이 매몰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재건축을 할 수 있는 파격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보여진다”며 “이미 재건축도 선별 수주로 뜨뜻미지근한 상황이고, 사업이 10년 안에 끝난다는 보장이 없는데 기존 리모델링 단지들은 그대로 사업을 진행하는 게 좋은 선택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동우 한국리모델링융합학회장(아주대 건축학과 명예교수)도 “그동안 나온 용적률 인센티브가 실현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올해 선도지구를 선정하는 1기 신도시에서는 리모델링이 여건에 맞는데, 이에 대한 분석 없이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얘기 나오는 단지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주거환경개선에 대한 한계가 있지만, 모든 아파트들을 30~40년마다 부수고 새로 지을 수는 없지 않겠나”라며 “1기 신도시나 서울시 모두 사업성이 나오는 곳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재건축에서 제외되는 단지들에 대해서도 정책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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