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銀 1분기 관련 손익 -3017억
치솟는 원·달러 환율에 긴장 고조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외환 운용 실적이 올해 들어 결국 적자의 늪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강달러 영향 탓에 지난해에도 겨우 손실을 면하는 수준에 머물다가, 올해 들어 더욱 원·달러 환율이 더욱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자 끝내 적자로 돌아선 모습이다.
문제는 강달러 흐름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는 점으로, 외환 운용에서 은행들이 받을 충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란 우려도 나온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외환거래 이익에서 손실을 뺀 손익은 마이너스(-) 30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외환거래 손익은 은행이 보유한 외화 자산과 부채에서 환율 변동에 따라 발생한 환차손과 외환 트레이딩 과정의 손익 등을 합한 값이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외환거래에서 각각 3508억원과 77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878억원, 하나은행은 386억원의 이익을 거뒀지만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3.4%와 45.9%씩 해당 금액이 줄었다.
은행들의 외환거래 실적 악화는 비단 올해 들어서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20개 전체 은행들의 외환거래 손익은 39억원으로 전년 대비 99.8% 급감했다.
은행권의 외환 운용 부문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배경에는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 자리하고 있다. 2022년 말 1267.3원으로 장을 마감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2월 초 한 때 1220원 선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이후 줄곧 오름세를 이어가며 10월 중에는 136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같은 환율 상승은 통상 금융사 손익 회계 상 악재로 여겨진다. 가장 대표적인 항목이 외화환산 손익이다. 이는 보유한 외화채권 채무를 원화로 환산해 평가할 때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을 보여준다.
환율이 오르면 금융사의 외화채권 부채 규모가 커지면서 외화환산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외화 부채와 자산 사이의 갭이 커지면서 그 만큼 손실이 늘어나는 구조다. 반대로 환율이 떨어지면 외화환산 이익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강달러 바람은 해가 바뀌며 더욱 강해졌다. 은행권의 외환 운용 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이유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1분기 말 1346.8원으로 연초 대비 57.4원 올랐다. 그러다 지난 달 17일에는 종가 기준 1395.3원을 찍으며 1400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달 16일 한때 원·달러 환율은 1400.15원까지 급등하며 긴장감을 자아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돌파한 것은 2022년 11월 7일 이후 처음으로 ▲1997~1998년 외환위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등이 발생한 때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서기까지 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찍은 직후 긴급 공지를 통해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강달러 흐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은행권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의 고금리가 유지되는 와중 중동 리스크 악재까지 겹치면서 강달러를 떠받치는 형국”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원·달러 환율 상단은 1400원대 중반까지 열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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