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인공지능(AI) 주도 반도체 생태계로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다수 자산운용사들이 AI와 반도체 관련 종목·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상장 초기부터 투자자들의 호응으로 대거 순매수세를 일으키거나 대규모 자금을 유입시켜 ETF 전체 시장 부흥을 가속화하고 있다.
30일 코스콤 ‘ETF체크’ 기준 최근 1개월간 신규 상장 ETF의 절반(14종 중 7종)이 AI·반도체 관련 분야에 투자한다. 자산운용사들마다 국내외 AI, 반도체 소재·장비 등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ETF를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이달 초 증권가 예상치를 훌쩍 넘긴 미국 엔비디아의 회계 1분기 실적 서프라이즈와 주당 1200달러를 향해 가고 있는 신고가 릴레이가 관련주 투자 기폭제로 작용했다.
먼저 14일 △KoAct 테크핵심소재공급망액티브(삼성액티브자산운용) △SOL 미국AI소프트웨어(신한자산운용)이 나왔다. 21일 △SOL 미국테크TOP10(신한) △TIGER 미국S&P500+10%프리미엄초단기옵션(미래에셋자산운용)이 상장했다. 28일에는 △KODEX 미국AI테크TOP10+15%프리미엄(삼성자산운용) △KCGI 미국S&P500 TOP10(KCGI자산운용) △KOSEF 의료AI(키움투자자산운용)가 등장했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주 상장한 ‘SOL 미국테크TOP10’ ETF가 연금을 포함한 개인투자자들 순매수에 힘입어 1주일 만에 150억원 이상의 자금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나스닥 시총 상위 10개사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기존 상품 성과도 뛰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2일 종가 기준 ‘TIGER Fn반도체TOP10 ETF’ 순자산 규모가 8837억원에 달해 국내 반도체 투자 ETF 중 최대 수준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투자 ETF 인기가 치솟으며 연초 대비 순자산 규모가 1700억원 가량 늘었다는 설명이다.
이 상품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외에 HBM 관련 장비주 ‘한미반도체’, 온디바이스AI 수혜주로 손꼽히는 ‘리노공업’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을 담은 ‘ARIRANG글로벌HBM반도체’ ETF가 2022년 9월 상장 후 지난 28일 순자산가치 기준 수익률 108.1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FnGuide AI반도체포커스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작년 10월 상장된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AI반도체포커스 ETF’는 연초 이후 지난 28일까지 수익률이 45.74%에 달했다.
ETF체크 통계상 지난 29일 국내 ETF 시장 전체 순자산총액은 145조2000억원으로 연초 대비 24조6536억원(20.45%) 증가했다. 이 가운데 주식 유형 ETF 순자산총액이 81조5000억원으로 12조4935억원(18.10%) 늘었고 단기자금과 채권이 30조5000억원, 29조6000억원으로 각각 5조8239억원(23.60%), 5조3240억원(21.93%) 불어났다.
AI 반도체 열풍 수혜로 시장 성장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상상인증권은 글로벌 ETF 시장에서 한국이 AI발 반도체 업황 회복에 반도체 테마 ETF 중심 성장세가 나타났고 전기차 수요 감소로 이차전지 테마 ETF 흐름은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AI 열풍의 본진인 미국에서도 AI를 포함한 기술주가 ETF 시장 성장에 힘을 싣고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운용자산(AUM, 순자산총액+평가액) 기준 미국 ETF 시장 규모는 8조5000억 달러(약 1경1721조5000억원)다. AI 같은 특정 주제에 맞춰 상장되는 ‘테마형 ETF’ 시장 AUM은 1060억 달러로 전체의 1.2% 비중에 불과하지만, 2020년 1월 대비 상품 수와 AUM 규모가 2배 이상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 25일까지 미국 ETF 시장에서 52주 신고가를 달성한 일평균 거래량 1만5000주 이상 상품 중 상승률 10위권에 △VanEck Semiconductor ETF △iShares Semiconductor ETF △iShares US Technology ETF 등 반도체와 IT 기업·지수를 추종하는 ETF 8종이 포함됐다.
향후 고성능 AI 발전뿐 아니라 이에 대응해 전력난을 해결하거나 탈탄소·저탄소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는 기술과 인프라 관련 ETF가 유망하다.
상상인증권은 하반기 HBM 수요 확대가 기대되는 반도체와 북미 전력 부족이 타 지역으로 확산되는 데 따른 전력기계 분야, 해외에선 AI와 전력 인프라 및 원자력 등에 투자 비중을 둘 것을 권했다. 삼성증권도 실제 전력 공급·수요 변화에 따라 수혜가 될 재생에너지, 친환경 연료 투자, 전력망 관련 ETF에 기회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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